문화·스포츠 문화

[책] 기술의 급진성이 전통 권력 무너뜨렸다

■거대 권력의 종말(니코 멜레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br>디지털기기로 연결된 개인 정부·기업 등 거대권력 흔들어<br>트위터·블로거가 기자 대체 신뢰·사회적 책임이행 의문 규범·기술 접목 新언론 필요


아침이 되면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잠을 깨고,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메일과 페이스북을 확인한다. 조금 더 시간이 남으면 뉴스를 확인하고 영화나 DMB 방송을 시청한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라디오를 들으며, 사진은 물론 영화까지 찍는다.

잠시라도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해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스마트폰 없이 업무도 생활도 마비되는 수준이 됐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67%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매일 수천, 수만개의 애플리케이션들이 쏟아진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많은 물질적ㆍ정신적 가치가 스마트폰을 통해 구현되고, 다시 사람들을 바꾸고 또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그럼 우리는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스마트폰이 펼치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에 끌려가고 있는 걸까. 이 책의 저자인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교수이자 IT 미래학자 니코 멜레는 기술 진보가 가져올 '기회와 위협의 패러독스'에 대해 경고한다.

그는 작고한 문화평론가 닐 포스트먼이 '테크노폴리'에서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인간을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상기시킨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노동을 줄이기 위해 사용했던 기술이 오히려 '문화적 사고 체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게 요지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의 '급진적 연결성', 즉 방대한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끊임없이 전 세계 어디로든 보낼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이 어떻게 전통적인 거대권력의 구조를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그는 정부ㆍ기업ㆍ군대ㆍ엔터테인먼트ㆍ언론ㆍ교육 등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술의 급진성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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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언론 부문에서는 트위터ㆍ블로거ㆍ스마트폰 동영상 등이 급격히 기자들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하는지 묻는다. 그리고 과연 새로운 언론 조직들이 과거 거대 매체가 전성기 때 수행했던 사회적 책임을 대신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나아가 새로운 형태의 권력 남용과 부패가 등장할 수 있다며, 거대 권력의 종말이 민주주의 제도의 부패와 타락하고 부도덕한 선동가의 등장을 막지 못하는 사용자 생성 '뉴스'의 홍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내놓는다.

멜레 교수는 이러한 우려를 막기 위해 전통적인 언론 규범에 바탕을 두면서도, 디지털 기술의 힘을 활용하는 새로운 언론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가디언지는 200만 페이지가 넘는 의회 보고서 검토에 네티즌의 힘을 빌려 사흘 반 만에 전체 20% 분량을 분석하는 데 성공한다. 소위 '크라우드 소싱', 일반인들이나 아마추어들의 노동력ㆍ제품ㆍ콘텐츠 등 사외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사회 전 영역에 걸친 기술의 영향에 대해 그는 전반적으로 거대 권력의 붕괴가 예상보다 훨씬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어렵게 얻은 20세기의 가치와 21세기의 눈부신 기술을 하나로 모아 다 함께 새로운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향후 10년은 '급진적 연결'로 모아진 에너지를 효과적인 리더십으로 응집시켜,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반응하는 기관을 수립하는 사람이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1만5,0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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