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ELS의 배신] 증권사별 평균 수익률 천차만별… 최저 -33% 손실 나기도

동양·키움·HMC증권 등 두자릿수 손실 기록

전체 평균도 -0.96%… '기준금리 +α' 무색

직접 투자보다 위험 낮을거란 인식과는 딴판

증권사는 수수료 등 챙겨 손실 가능성 낮아



서울경제신문이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의뢰해 파악한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수익률은 천차만별이었다. ELS의 수익률은 기본적으로 기초자산을 얼마나 잘 선정하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이번 ELS 수익률 전수조사 결과는 어느 증권사가 기초자산을 면밀하게 분석·평가·전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앞으로 상품 구매의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1~7월 만기를 맞은 공모형 ELS의 평균 수익률이 저조한 증권사는 키움증권(-33.86%)과 동양증권(003470)(-24.10%), HMC투자증권(001500)(-13.12%), 삼성증권(016360)(-9.14%), 동부증권(-4.66%) 등이었다. 반면 수익률이 좋게 나온 증권사는 신영증권(001720)(3.69%), 하나대투증권(2.96%), 대신증권(003540)(2.73%), 현대증권(2.68%), 하이투자증권(2.57%) 등이었다. 성과가 가장 좋은 증권사와 가장 낮은 증권사 간 수익률 차이가 무려 37%포인트에 달하는 것이다. 상품 수와 상환액을 고려하면 동양증권이 발행한 ELS에 투자한 고객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는 평가다. 동양증권은 지난 1~7월 최대 수익률이 -6.4%(1월)에 불과했고 최저 수익률은 6월에 기록한 -39.79%였다. 동양증권이 발행한 ELS 중 올 6월에 만기가 돌아온 45개 상품(상환액 642억원)은 평균적으로 2.81년의 상환기간을 보였다.

보통 ELS의 최종 만기가 3년임을 감안했을 때 투자자들은 3년 내내 조기상환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원금의 60%만 건졌다는 얘기다. 1~7월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총 291개의 상품(6,042억원)이 만기가 돌아왔고 평균적으로 -24.10%의 손실을 냈다.


키움증권은 발행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수익률은 23개 증권사 중 최악이다. 1~7월 중 플러스 수익률을 보인 달은 2월(2.23%)밖에 없었으며 이달을 제외하고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7월의 경우 9개 상품(92억원)의 수익률이 -49.2%였으며 평균 상환기간은 2.61년이다. 7월까지 키움증권은 53개 상품(326억원)이 만기가 돌아왔고 평균 수익률은 -33.86%를 기록했다.

HMC증권은 월별로 편차가 컸다. 7월에는 12.97%의 평균 수익률을 보여 증권사 중 가장 좋았지만 2월(-36.69%), 5월(-32.35%)은 저조했다.

반면 신영증권과 하나대투증권·대신증권은 고객들에게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지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증권사는 1~7월 평균적으로 고객들에게 손실을 안겨준 달이 단 한번도 없었다. 신영증권의 경우 4월 가장 좋은 7.98%의 수익을 내 고객들에게 돌려줬고 가장 부진했던 달에도 0.07%의 수익을 지급해 최소한 원금 이상은 돌려줬다. 수익률이 좋다 보니 조기상환되는 경우도 많아 평균 상환기간도 짧았다.


조사 대상 전체 증권사의 ELS 수익률은 -0.96%로 집계됐다. 기준금리에 플러스 알파를 제공한다는 ELS가 원금을 까먹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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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주로 종목형 ELS가 잇달아 녹인(원금손실 발생 기준가격)에 진입하면서 상환수익률을 끌어내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 7월만 봐도 그렇다. 7월에 상환된 ELS 중 기초자산이 한진해운인 상품의 수익률은 -72.86%에 달했다. 이 밖에 GS건설(-67.93%·38억원), 한화케미칼(-64.16%·134억원), S-OIL(-63.02%·77억원), OCI(-62.64%·395억원), 현대중공업(-60.24%·609억원) 등도 손실이 컸다. 이들 종목이 포함된 ELS에 투자한 고객들은 원금의 절반도 건지지 못했고 평균 상환기간은 모두 3년이기 때문에 조기상환된 ELS는 단 1건도 없었다.

투자자는 원금손실 피해를 봤지만 증권사의 손실 가능성은 극히 적다. 증권사는 ELS 상품을 팔면서 코스피200지수 선물 등을 사들이는 식으로 헤지거래를 한다. 증시 급락으로 ELS가 원금보장 범위를 벗어나면 증권사들은 더 이상 헤지를 할 이유가 없어져 사뒀던 코스피200지수 선물 등을 판다. 매물이 쏟아지면 선물 가격이 하락하고 이는 선물 가격에 따라 자동으로 주식을 사고팔게 돼 있는 프로그램 매매의 '팔자' 주문을 불러온다.

이렇게 되면 ELS는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해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 반면 증권사는 판매 수수료와 헤지거래 수수료를 챙긴데다 투자자에게 줘야 할 수익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녹인 구간이 60%라고 가정하면 주가가 65% 밑으로 내려오면 증권사는 녹인이 되는 게 더 유리하다"며 "증권사의 수익과 고객의 수익은 완전히 분리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의 종목에 대한 분석력과 전문성을 기대하며 ELS 상품을 구매한다. 직접투자하는 것보다는 증권사의 구조화된 상품이 원금손실 위험이 낮다는 생각이다. 실상은 전혀 딴판이다. ELS 기초자산을 선정할 때 종목 분석을 통해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리서치센터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초종목은 리서치센터와 긴밀히 협의하지 않고 상품부서에서 알아서 구성한다"며 "자사 보고서보다는 시장 평균치를 보고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상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주가연계증권(ELS)=증권사가 개별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를 활용해 사전에 제시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투자수익을 지급하는 유가증권. 일반적으로 발행되는 스텝다운형 ELS의 경우 3년 만기가 보통이며 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의 기회가 주어진다.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손익구조가 복잡하고 투자자가 만기 전에 현금화하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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