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장교를 병사들 중에서 선발하고 현행 4단계인 병사들의 계급을 2~3단계로 줄이는 방안이 제기됐다. 이는 잇따른 총기사고와 폭행·가혹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6일 열린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한 군 출신·민간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연말까지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역 복무 중인 병사 가운데서 장교를 선발하는 국가는 이스라엘과 독일이 손꼽힌다. 또 군사문화 우위의 전통이 강한 터키도 각급 사관학교를 대학원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실전경험이 풍부하고 우수한 장교단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 받는 이스라엘은 일부 기술병과와 군의관·군목을 제외한 병과에서는 현역병에서 장교를 선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의무 복무기간(남성은 만 3년이나 오는 2015년부터 2년 8개월로 단축 예정·여성 병사는 2년) 중에 자질과 리더십·근무성적이 우수한 병사가 장교로 뽑히는 시스템 덕분에 이스라엘군의 장교와 병사 간 돈독한 유대관계는 물론 상명하복의 전통이 굳건하게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독일연방군도 병사의 의무 복무기간은 9개월(6개월로 단축 예정)이지만 장교 후보생은 42개월간 일병과 상병·병장·하사·중사·상사 계급을 모두 거쳐 소위로 임관된 후 석사과정을 마쳐야 해 독일 사회에서 전체 장교단은 경험과 학식을 두루 갖춘 엘리트집단으로 대우 받고 있다.
반면 한국 육군은 갈수록 장교 양성과정이 복잡해져 무려 10여개의 임관 구분을 갖고 있으나 장교들의 자질이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병사에서 장교를 선발하는 방안이 마련되면 간부들이 퇴근한 후 병사들만의 사회에서 구타나 가혹행위 등은 자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스라엘과 독일 같은 장교 양성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예산증가가 난점으로 꼽힌다. 학군단이나 학사장교·군사학과 등 각 대학이 일부 맡는 장교 양성비용을 국가에서 직접 부담하려면 관련 예산 증가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병사들의 계급을 이등병과 일병·상병·병장 등 4단계에서 이등병 또는 병장까지 없애 2~3단계로 단순화하는 방안은 복무기간 단축과 지난 2005년 연천 총기사고 이후 제기된 후 흐지부지됐으나 이번에 다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