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 고용부진, 기업실적 악화 전망 등으로 미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경제환경 악화는 미국 대통령선거 및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 국제 유가는 나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1월 인도분 가격은 8일 53.40달러로 마감됐다. 이집트,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터진 테러사태가 석유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또 나이지리아와 노르웨이에서는 석유노동자들의 파업이 예고돼 공급 부족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13일 발표되는 미국 원유재고가 또 다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날 경우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9월 고용지표도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발표돼 경제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미국 노동부는 8일(현지시간) 9월 일자리 수가 9만6,000개 증가한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4만8,000개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 후 미국에서는 총 6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로써 부시 대통령은 30년대 허버트 후버 대통령 이후 집권 후 일자리를 감소시킨 채 재선에 임하는 첫 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기업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시장조사업체 톰슨퍼스트콜은 미국 기업의 순익 증가율이 1ㆍ2분기에는 각각 27.5%, 25.3%를 기록했지만 3ㆍ4분기에는 17%, 15.2%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은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순익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특히 배럴당 5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소비자들의 구매력 저하, 기업들의 제조원가 상승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석유 뿐만 아니라 구리ㆍ알루미늄 등 원자재가격도 치솟고 있어 이 같은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17개 주요 원자재의 가격동향을 보여주는 로이터CRB지수는 지난 주 말 287.6으로 2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FRB가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달라스 연방준비은행의 로버트 맥티어 총재는 “현재 미국 경제에서 우려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경기침체”라며 “FRB는 금리인상으로 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FRB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전제 아래 지난 6월 이후 세 차례 연속 연방기금금리를 0.25%씩 인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