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문화예술위원회 구로동 시대 2년… 엇갈린 평가

"성과 없이 허송세월" "지역 이미지 바꿨다"


서울 구로구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었지만 '공단'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공간이었다. 구로공단의 변신은 2000년부터 시작됐다. 공해와 빈민촌의 상징이었던 이 곳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꾸었고 연구개발시설, 지식산업,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기업이 몰려들면서 첨단 산업단지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1999년 597개였던 입주기업수는 2011년 5월 현재 1만 개가 넘었고 고용규모는 12만 8,000여 명에 달한다.

그렇게'미래 첨단산업 단지'로 옷을 갈아입었지만 구로구는 여전히 무거운 이미지가 강했다. 2010년 4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사진)가 나섰다. 1976년부터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자리잡고 있던 문예위는 당시 "문화불모지 구로구를 문화의 발신지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뒤 구로구로 전격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이주 2주년. 문화위의 구로에서의 활동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그나마 구로의 이미지를 바꿔놓았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이 상존하고 있다.


2년전 문화위는 "문예위가 둥지를 튼 뒤 대학로가 소극장 130여개의 문화예술공간으로 급성장했다"면서 "문화 불모지라는 이미지가 강한 구로지역도 대학로처럼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첫해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문예위는 그해 마로니에 여성백일장, 문화의 달 행사, 예술 순회프로그램 등의 사업을 구로구에서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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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예위는 그 이후 행보를 더 이상 진척시키지 않고 있어 구로를 문화의 발신지로 변신시킨다는 당초 목표가 결국 '식언'(食言)이 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예위는 "580여석 규모의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과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개관 혹은 이주해 활동하고 있다"며 활동 실적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모두 문예위가 옮겨오기 전인 2008년부터 있었던 곳이다.

문예위는 또 "2011년 디큐브아트센터, 테크노마트 공연장 등이 개관해 주요공연을 올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문예위와 별개의 기업활동이라는게 문화계의 지적이다. 문예위는 또 이전 첫해 대학로 극단을 유치해 대학로에 버금가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혀왔으나 현재 단 1건의 극단이주가 성사되지 못한 상태고, 오광수 전임 위원장은 3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 13일 퇴임했다.

문예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 "구청장이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문화계는 하지만 당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문예위가 옮긴 지 불과 2개월 뒤인 2010년 6월 10일에 있었다는 점을 들어 "결국 구청장 선거 지원용으로 문예위 이전을 강행한 것이냐" 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예위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내년 하반기 나주시로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문화계는 결국 남은 1년 6개월간 문예위가 구로에서 벌일 활동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마침 권영빈 전 경기문화재단 대표가 지난 14일 신임 위원장에 취임한 뒤여서 권위원장과 문예위의 향후 구로에서 활약이 관심을 끌고 있는 모양새다.

정승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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