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칸막이 없애기 나선 정부 부처

■ 박근혜 대통령 취임이후 달라진 업무 스타일<br>박근혜 대통령 "거전 얘기 좋더라"에 "업무 장벽 없애자는 것"<br>새정부 키워드로 떠올라

한 사람이 화살에 맞아 병원에 갔다. 의사는 대뜸 화살대를 톱으로 잘라냈다. 환자가 물었다. "몸에 박힌 화살촉은 어쩌란 말이오?" 의사가 답했다. "거기부터는 내과 소관이오."

중국의 지식인 리쭝우가 소개한 '거전(鋸箭ㆍ화살 톱질하기)' 이야기가 최근 박근혜 정부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본래 의미는 책임질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을 비판하는 고사인데 요즘 정부 내에서는 부처 간 칸막이의 병폐를 지적하는 이야기로 자주 회자되고 있다.

거전이 부각된 곳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자리다. 재정부는 업무보고용 파워포인트를 만들면서 거전 이야기를 만화 형식으로 삽입했다. 마지막에는 "지금 이게 우리 공무원의 모습은 아닐까요"라는 문구까지 집어넣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끊임없이 강조해온 칸막이 없애기를 몸소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업무보고에 참석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목에서 딱딱하게 굳어있던 박 대통령의 얼굴이 환하게 풀리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업무보고 도중에 미소를 보이게 만든 것은 성공이지만 직후 간부들을 일일이 돌아보는데 식은땀이 나더라"고 말했다. 칸막이 없애기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새감 실감이 났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야 창조경제와 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는 이날 "거전이 참 좋은 설명"이라며 여러 차례 칭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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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거전의 원조격은 박재완 전 재정부 장관이다. 박 전 장관은 2011년 6월 첫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 뒤 페이스북에 거전 이야기를 올려 칸막이 없애기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당시에는 칸막이 철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게 세종시를 비롯한 정부의 분위기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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