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시론] 국민행복시대와 그 적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세종시 이주를 마친 관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선공약 수정론은 시기상조라는 박근혜 당선인의 일갈과 함께 재원조달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행정부에 전달된 것이다. 서슬 퍼런 인수위가 ‘증세를 배제한 재원조달’을 전제로 필요한 액수와 대강의 지침을 이미 정한 상태여서 재정당국은 운신의 폭이 제한된 가운데 난제를 풀어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다수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미 16조원의 세출조정과 11조원의 세입확충을 통해 매년 27조원의 추가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인수위의 계획이 상투적이며 비현실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놓은 상태다. 신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가장 중요한 복지정책이 재원부족으로 표류할 수도 있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과연 신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이나 정치적 한계 때문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정부의 재원조달 지침에 대한 성급한 비판은 과거 경험에 경도된 정책적 패배주의의 그림자일 수 있다. 패배주의야말로 신정부가 열고자 하는 국민행복시대가 넘어야 할 첫 번째 장애물인 것이다. MB 정부의 ‘예산 10% 절감’ 정책이 흔적도 없이 허공에 사라진 쓰린 경험이 다시 되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필자도 한다. 조세정의 구현을 부르짖으며 탈세근절을 앞세운 이전 정권들의 초라한 세정개혁 성적표를 물론 다시 보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실패를 냉철히 분석하여 현재와 미래를 긍정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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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출구조조정은 복지국가로의 전환기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그럼에도 세출구조조정의 내부 장애요인인 행정부의 부처이기주의나 국회의 지역이기주의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말해주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MB 정부의 예산절감 노력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 앞에서 허무하게 사라진 교훈으로부터 박근혜 정부의 세출구조조정이 외부적 위험요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사람 또한 찾기 어렵다. 대통령과 정책 책임자의 의지와 노력이 수반되는 한, 인수위가 제시한 16조원 규모의 예산조정을 불가능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지난해 여야가 국회심의 과정에서 박당선인의 공약과 관련하여 약 5조원의 예산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변경한 것은 좋은 본보기이다. 이것의 세배를 넘는 금액의 예산을 구조조정하는 것은 물론 훨씬 더 어렵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예를 들어, 재정융자 사업의 이차보전방식 전환, 조세지출과 재정지출의 중복방지, 연도말 시작사업의 통제, 교육특별교부금 축소 등을 통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동시에 세출구조의 효율화를 위해 투자효율이 낮은 SOC 사업의 축소, SOC 투자에 대한 지방정부의 재정분담 확대, 그리고 예산 자연증가분의 고용창출분야 우선 배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세출구조의 새로운 황금률을 찾을 수 있다.

세출구조조정의 최종적인 규모가 결정되면, 추가재원의 부족분은 세 가지 단계의 세입확충 방안을 통해 보충해야 한다. 가장 우선해야 할 방법은 걷어야 할 세금을 제대로 걷는 것이며, 이를 위해 지하경제의 양성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세청에 금융거래정보 접근권을 부여하고 500명 민완 조사관을 추가 투입하여 한 해에 약 5조원대의 획기적인 세수증대를 꾀한다는 인수위의 복안은 정권의 성패를 걸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세정기관의 조직 확대와 정책실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세무조사의 대상과 방식을 사전에 정하고 그 과정이 민간전문가를 포함하는 객관적인 주체에 의해 주기적으로 검증받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서민과 영세한 자영업자, 또는 중소기업보다는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와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을 중심으로 탈세행위를 적발하는 노력이 정책의 안착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단계의 세입확충 조치는 비효율적인 비과세ㆍ감면의 과감한 축소이다. 자력구제가 가능한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정책적 수명을 다한 신용카득공제 등을 중심으로 감면혜택을 정비하여,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3조원 규모의 조세지출 축소를 위해 대통령과 정부는 최선의 정치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국회는 이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마지막 3단계의 세입확충 방안은 물론 증세이다. 이상의 방법들로 필요 재원이 충당되지 않을 때 의지해야 하는 최후의 수단인 것이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사태는 인수위가 내놓은 복지비용이 과소추계되어 예상외의 재원이 소요되는 경우이다. 신정부는 이러한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인수위는 금융소득과세 강화를 중심으로 구상하였던 연 1조원 규모의 미니 증세를 적어도 5조원대의 중형 증세 방안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박당선인측은 17대 대선국면에서 견지하였던 줄ㆍ푸ㆍ세 원칙의 굴레에서 벗어나, 재벌기업 등의 편법 상속과 증여에 대한 과세 강화와 지나치게 낮은 소득세 실효세율의 정상화를 중심으로 세제개편을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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