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ISO 서울총회, 표준강국 도약 기회 삼자


백수현 한국표준협회 회장

지난 1963년 7월 13일 발행된 국내 한 일간지는 2면 하단 귀퉁이에 우리나라의 ISO 가입 소식을 이렇게 전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 이사회가 지난 6월 20일자로 우리나라의 가입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는 것이 13일 상공부에서 알려졌다. 국제표준화기구는 회원 각국의 국가규격을 조정, 국제규격을 제정함으로써 세계적인 표준의 통일을 도모하는 국제기구다.”

오늘날이라면 ‘빅 뉴스’로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ISO 가입과 관련해 띄어쓰기를 포함해 모두 140여자에 불과한 단신 기사로 처리한 것에 대해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당시 국내 주요 일간지의 발행 면수가 최대 8개면에 불과한데다 뉴스 기사의 대부분이 정치와 사회 관련 뉴스이고 경제 뉴스에 대한 인식이 저조했던 1960년대 언론 상황에 비춰보면, 단신 기사로 처리한 것만으로도 우리나라의 ISO 가입을 비중 있게 판단한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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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자립경제와 조국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나서면서 우리나라가 ISO에 가입한 것은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는 표준이 국제무역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데다, 1961년 공업규격화법 공표로 도입된 한국공업규격(KS)조차 일제 식민통치의 잔재로 일본의 공업규격(JIS)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ISO 가입을 계기로 표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었고, 미래의 표준강국으로 나아가는 첫 단추를 꿴 것이다.

표준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음으로 양으로 우리 경제의 광폭 도약을 이끈 숨은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지하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표준을 적극 활용하지 않고서는 수출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없었다.

우리 국민의 열정과 도전정신, 그리고 정부와 기업의 과감하고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표준에 대한 인식 확대에 힘입어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싸구려 제품’ ‘품질경쟁력이 약한 떨이 제품’ 취급 받았던 우리의 수출품 가운데 일부 제품들은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 사이에 우리의 표준 역량과 글로벌 표준 위상도 한껏 높아졌다. 정부가 표준을 국가 경쟁력의 새로운 척도로 인식해 지난 2001년부터 5년 단위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표준기본계획’의 경우 우리나라의 표준화 체계를 선진화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세계 3대 국제표준화기구에 포함되는 ISO와 IEC(국제전기표준위원회)의 의장, 간사, 컨비너 등 임원 수임 건수도 지난 2007년 63명에서 2015년 161명으로 2.5배 정도 늘어났다.

하지만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걸맞게 표준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고 험난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시장이 단일화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기술장벽(TBT) 협정에 따라, 표준이 새로운 경영전략과 시장확대를 위한 무역의 수단으로 그 기능이 더욱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9월 14~18일 ‘표준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제38차 ISO 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우리나라가 ISO에 가입한 지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서울총회에는 162개 회원국에서 700여명의 표준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서울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우리 정부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물론, 표준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확대함으로써 글로벌 표준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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