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기업경영은 왜 실패하나


기업경영의 목표함수는 무엇인가. 대개 경영자들은 당연히 이익의 극대화라고 대답한다. 과연 '당연'한가. 그것이 단기이익인지, 장기이익인지 물어보라. 그러면 답변에 시간이 걸린다. 영속기업을 지향하면 왠지 후자여야 할 것 같다. 현실은 분명 다르다. 임기 2~3년을 부여 받은 대표이사에게 '장기이익'이라는 것은 대부분 재임기간을 넘지 않는다. 연임을 노린다면 말년의 수치는 화려해야 한다. 그 밑에는 임기를 1년씩 연장해가는 임원들이 있다. 이들에게 장기는 더욱 짧다. 매 순간 화끈한 수치를 제출해야 한다. 경영학 교재에서는 좀 더 근사하게 표현한다. 경영진의 임무는 이익성장률의 극대화라고 한다. 그러면 주가와의 관계는 어찌 되는가. 주가는 적어도 이익성장률의 함수다. 함수관계를 그대로 믿어준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어떻게 이익을 끌어올릴 것인가.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흔히 말하는 핵심성과지표(KPI) 부여다. 컨설팅 업체들이 개발해서 요즘은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다들 유행처럼 쓰고 있다. 은행을 보자. 헤드쿼터에서 여신∙수신계수의 연간목표는 기본이다. 퇴직연금∙펀드∙신용카드 등의 달성목표는 물론이고 활동고객 증대까지 온갖 계수가 부서별로 쪼개져 총망라된다. 이들은 다시 지역 본부별로 분할되고 각 지점으로 내려갈 때면 객장직원들은 KPI의 숨가쁜 '롱 리스트'를 받아들게 된다. 상위 목표를 정하고 하위 세부항목으로 난도질하는 기법을 업계 전문용어로는 '캐스캐이딩(cascading)'이라고 한다. 로버트 맥나마라는 베트남전에서 적군 사망률, 마을 진압률 등의 수치를 목표로 삼았다가 실패했다. 전쟁 수행기간은 마냥 길어지고 막대한 재원을 자랑하던 미국은 결국 철수했다. 기업은 지표 하나로 집약될 수 있을 만큼 내용이 단순하지 않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그 기업의 존속에 바탕으로 존재한다. 이익이든, 주가든, 현금흐름이든 기업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거울의 하나일 뿐이다. 기업이 단 하나의 지표로 표현된다고 믿고 이익의 극대화를 밀어붙이는 경영자는 정말로 사회에 정직하지 못한 것이다. 좋은 제품, 그리고 좋은 고객을 추구하다 보면 이들 개념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들이다. 그런 일방적이면서도 한시적인 계수에 목매면 위험하다. 반기별∙분기별 KPI 성과에 민감한 순위를 매기고 직원을 솎아내면 그건 참으로 위태롭다. 막대한 인센티브를 준다고 좋은 기업, 좋은 금융회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종종 경제위기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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