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유통업체 "어느 장단에 맞추나" 불만

SSM·대형마트 규제 조례 천차만별<br>광주·부천 까다롭고… 의정부는 느슨<br>지경부 "일률 규제는 힘들어"… 당분간 혼란 지속될듯

지자체들의 SSM 출점규제 조례 수위가 각양각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체들은 "상위법인 유통법과 상생법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조례에 맞춰 출점을 계획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경제 자료사진


현재 전국 주요 지자체들이 SSM 출점 규제를 위해 내놓은 조례는 유통법 개정안이라는 동일한 법조문에 근거했음에도 그 내용이 지역별로 '극과 극' 을 달리고 있다. 일례로 부산 진구는 전통상업보존구역 안에는 SSM 등을 '아예' 개설할 수 없다고 못박은 반면, 대전 유성구나 강원 동해시는 이 구역 내에서 점포를 낼 때는 상생협력사업계획서 등 서류를 첨부할 경우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몇몇 지자체에서는 조례 내용의 적정성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과잉규제냐' '방임이냐' =지난해 11월 광주광역시 시의회가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SSM 관련 조례에 대해 주관부서인 지식경제부는 과도한 규제 내용을 담아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경부에서 지적한 부분은 시내 주거지역과 녹지지역 안에 SSM을 개설할 때 각 구에 설치된 등록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현행 유통법에서 점포 등록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전통상업보존구역 안에서만 가능하다"며 "광주시는 보존구역 외에서도 제한 규정을 둬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천시도 비슷한 경우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시의회가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조례안 내용이 상위법을 뛰어넘는다고 판단해 최근 부천시청이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천시 관계자는 "시장이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임의로 지정하고 점포 개설공사 30일 이전에 업체가 시에 사업계획서를 미리 제출하도록 한 것, 상위법에도 없는 등록심의위원회를 두고 점포 개설을 제한한 것 등이 유통법의 법률위임 범위를 넘었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 시 고문변호사와 경기도 법률담당관실의 자문 결과에 따라 지난 1일 부천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반면 의정부시 조례는 '과소입법'이 아니냐는 시의회 의원들의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의정부시는 지난달 4일 관련 조례를 입법예고 했는데 내용중 규제의 효력을 받지 않는 대상에 대해 조례 시행전 등록 또는 '건축허가'를 받은 점포는 제외한다고 부칙에 명시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의원들은 법 시행에 앞서 등록했거나 영업 중인 경우만 규제에서 제외하는 유통법 내용보다 규제 강도가 오히려 더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정부시측은 "그 부칙은 (조례를)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부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삽입한 것"이라며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이전에도 적용되던 일반적인 내용인데 문제가 됐다"고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업체들 "벙어리 냉가슴"=이 같이 지역마다 다른 조례 탓에 주요 유통업체들은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미 작년에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출점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면서 "조례까지 천차만별이라 개점 계획을 세우기 만만치 않은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지난달 3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 평균 18개에 달했던 전국 SSM 출점 수는 법 개정 후 8건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업체들은 일부 지자체에서 상위법을 뛰어 넘는 '과잉조례'를 제정한데 대해 '부당한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SSM에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상 차마 불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미 중소상권을 침해하는 '악역'으로 각인된 마당에 규제가 과도하다며 문제를 제기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상황 따르다 보니…=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유통법에서 실제 적용사항을 조례로 정하라고 규정한 이유는 지자체 상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유통점이 포화상태라 규제가 절실한 곳도 있는 반면 오히려 상권 복원을 위해 이들의 입점이 필요한 지역도 공존하는 만큼 상위법을 통해 일률적으로 규제 기준을 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상위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조례내용을 자율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최근에는 조례 중 규제내용이 과도하지 않은지 문의하는 지자체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으로 전국 217개 시, 군, 구 중 관련 조례를 제정해 공포까지 끝마친 곳은 27곳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방의회가 속속 개최되고 있어 조례 적용 과정에서의 '과도기적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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