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교수 연구세계

그의 연구실에는 조교 대신 늘 중년 부인 한 명이 자리를 지킨다. 손은숙(孫銀淑)여사. 바로 金교수의 부인이다. 孫여사가 조교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한 것은 96년. 원광대학교에 한약학과가 신설되고 金교수가 학과장으로 발령을 받으면서부터다. 이제 신입생을 막 받은 상태니 조교가 있을 리 없다.벌써 그런 생활이 4년째고 당시 신입생은 이제 졸업반이 되었다. 金교수의 연구환경은 이처럼 열악한 상태였다. 그의 연구를 도와줄 사람은 그 자신 말고 아무도 없었다. 더구나 신설 학과이다보니 그동안 쌓아온 연구 노하우가 있을 리 없고 연구에 필요한 재도 부족할 것은 자명한 일. 그러나 金교수는 이같은 상황에 전혀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의욕을 느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한 번 해보자」는 욕구가 용솟음쳤다. 金교수는 우선 부인을 연구실로 불러냈다. 아무래도 자료 정리 같은 단순한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으나 기댈 사람이 그녀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부창부수인가. 그녀 또한 金교수의 작업을 돕는데 열과 성을 다했다. 金교수는 또 끊임없이 신입생들을 독려했다. 『우리는 신설 학과이고 빛을 볼 수 있는 길은 연구 뿐』이라며. 그는 특히 『한약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해 그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데 여러분과 제가 힘을 합치면 못할 게 없을 것』이라며 시간 날 때마다 학생들의 연구 의욕을 북돋웠다. 그 결과는 대단했다. 우선 金교수 자신이 학생들과 힘을 합쳐 알레르기의 근본 원인을 세계 처음으로 밝혀낸 성과를 꼽을 수 있다. 또 알레르기 치료에 효험이 큰 한약재를 다수 발굴한 뒤 특허를 획득한 것도 돋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이 학교 한약학과 4학년 학생 17명 전원이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일이다. 97년 당시 2학년이던 조효형씨가 「스피루리나의 알레르기 억제 효능」이란 논문을 「바이오 케미컬 파머콜러지」에 처음 게재한 뒤 최근 17명 가운데 마지막으로 이지현씨가 「제너럴 파머콜러지」에 「단삼의 항알레르기 효과」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또 3학년 13명 가운데에서도 이미 6명의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당당히 실려 있는 상태다. 金교수는 『학부생의 논문이 이처럼 국제 학술지에 대거 실린 일은 유수 대학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신생 학과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4학년 이진무씨도 『방학중에도 3~4명씩 밤을 새며 땀 흘리지 않았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약학과 학생들은 특히 金교수의 영향을 받아 절반 이상이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새 연구 생활이 몸에 밴 것이다. 생긴 지 4년 밖에 안된 지방대학 신설학과가 오로지 끈기와 노력만으로 서울 유수 대학들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金교수는 그러나 『지방대학의 경우 교수와 학생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한계는 있다』며 정부와 학교의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을 아쉬워했다. 이균성 기자G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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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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