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디지털 시대를 열어가는 하는 중요한 길목에 서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디지털시대를 대비해 방송기술인과 관련업계가 기술을 공유하고 국내 산업의 발전정도를 점검해보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한국종합전시장(COEX)에서 10일 개막하는 「제9회 국제 방송장비 및 음향기기전 전시회(KOBA)」를 공동 주최하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허윤(許玧·45·사진)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시회의 가장 중요한 테마를 역시 「디지털」로 꼽았다.
許회장은 『그동안 방송기술인연합회가 공동 주최에 걸맞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올해만큼은 한국의 방송산업 발전에 연합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그가 자랑하는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크게 두가지. 「특화된 분야」와 「전시품목에 주제를 주는 것」이다. 디지털에 관한 소개와 기술교류 분야에 특화를 하고 전시품목은 그중에서도 수신장비의 하나인 「셋톱박스」를 주제로 삼았다.
『세계적인 방송장비전인 네델란드 「국제 방송장비 전시전(IBC) 등 여러곳은 다니면서 국내 전시회가 그들과 규모경쟁을 벌여서는 흉내내기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작지만 알찬 전시회가 되려먼 전문화하고 특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許회장은 설명했다.
『KOBA에 가면 얻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는 생각을 관람객에게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알려야 한다. 9회 전시회는 디지털 셋톱박스가 그것이다. 전체 참가품폭중 셋톱박스가 30%를 차지한다.』 이를 통해 許회장은 방송기술인과 관련업계의 「축제」로 승화시켜 낸다는 생각이다.
許회장은 『전시회에 방송공학회를 유치해 국내의 내노라하는 학자와 연구기관들이 전시회내내 계속적인 학술대회를 열게 된다』며 『새이론을 소개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전시회 품격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기술적인 부분을 맡겠다. 이번을 계기로 현업단체와 정부·전자산업계가 함께 새로운 흐름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국가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許회장은 모든 것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꼬집었다. 디지털 방송은 앞으로 가야할 방향임에는 틀림없지만 2조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사업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장비만 교체한다고 디지털 방송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반기술의 개발, 다채널을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확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재원 조달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디지털 방송은 영국의 BBC가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시작한 이후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이 고화질TV(HDTV)를 포함한 디지털 신호를 송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KBS에서 가전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한 독자시스템을 통해 실험 전파발사에 성공했다. 우리기술력이 세계수준에 올라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許회장은 『아날로그는 시작이 뒤떨어져 기술과 장비의 대일(對日)종속이 불가피한 일이었지만 디지털은 어깨를 겨룰 수 있다. 그만큼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許회장은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와 산업대학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KBS에 입사한 후 노동조합 기술부위원장, 제2대 방송기술인협회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 회장으로 있는 방송기술인연합회는 KBS·MBC·SBS 등 12개 회원사의 방송기술인협회가 모인 단체로 4,5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許회장은 지난해 제8대 협회장에 선출된후 올해 연임됐다. /박형준 기자 HJ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