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플레이트중국 경제의 급부상에 대한 두려움과 적개심이 최근 미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이 같은 감정은 지난 역사 속에서 잊혀질 만 하면 발생하곤 했던 단골 메뉴다.
심지어 미국 정치인들의 심리에는 때때로 중국에 대한 두려움 내지 증오심을 조장해야 득(得)이 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듯 하다.
지난 97년 베이징 주재 두 특파원이 공동 저술한 "다가올 중국과의 갈등(Coming Conflict With China) "이란 책이 발간됐을 때도 이 같은 분위기가 만연했었다.
미국과 중국 양국이 앞으로 심각한 갈등에 빠질 것이란 요지로 쓰여진 이 책은 중국 정부가 군사력을 계속 증강하고 대(對) 아시아 정책에서 미국과 큰 시각차를 보이면 갈등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중국에 대한 두려움을 미국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2년 뒤 중국이 미국에 대해 여러 경로로 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콕스 커뮤니케이션 리포트는 또 다른 두려움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스파이로 지목된 리웬홍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슬그머니 사그러들었다. 마치 수 없이 많았던 중국 스파이들이 본국으로 돌아 간 것처럼.
최근 중국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는 소재는 경제 발전이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약탈적이며, 주변 아시아 국가와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보수적 경제단체인 USBIC의 윌리엄 호킨스는 "부시 대통령이 끊임없이 미국의 기술ㆍ자본ㆍ산업 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함으로써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미국이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다는 비난이다.
이들은 또 중국산 저가 제품의 덤핑 수입을 막아야 한다는 식으로 보호무역 강화를 위한 로비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주장은 중국의 이득이 다른 국가의 손해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도그마에서 출발한다. 세계화와 근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은 그 누구와도 윈-윈 게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발전으로 모든 국가가 피해를 입을 것이란 이 같은 주장은 바보스러운 것이다. 물론 한국ㆍ일본ㆍ싱가포르ㆍ타이완ㆍ인도네시아 등이 중국의 성장에 따른 경쟁 심화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실제 '국경없는 세계(The borderless World)'란 책으로 유명한 오마이 겐이치 전 일본 맥킨지 대표는 최근 한 저널에서 중국 부상에 따른 위협이 지난 98~99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보다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이 크게 성장하면 이웃 국가들의 성장률이 하락하고, 주가가 떨어지며 실업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맞지 않다. 실제 일본 경제가 급부상했던 지난 80년대 미국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큰 이득을 봤다. 중국의 부상으로 손해를 보는 국가가 있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을 것이다.
또 이 같은 논리를 기반으로 중국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은 결국 국내 산업을 살리기 위해 세계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는 역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한 부시 행정부에 대한 전 세계의 비난을 보면 이는 자명하다.
실제 이번 철강문제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인 아시아의 한국과 유럽의 영국을 화나게 했다. 중국이 취했던 그 어떤 조치도 우리의 우방을 이만큼 화나게 하지는 않았었다.
러시아 역시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한 반발로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미국 중 세계 경제에 누가 더 위협적인가라는 질문은 우스운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ㆍ런던ㆍ모스크바에서 이와 같은 비교가 일어나고 있음을 미국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이 중국에 취해야 할 태도는 또 다른 레드 콤플렉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상식ㆍ정치적 성숙ㆍ진실을 갖고 대하는 것이다.
정리=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