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에 따라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굴뚝' 기업들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거래 개시일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업체별로 연간 최대 수백억원의 부담이 발생하는 게 1차 부담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제도가 어디로 튈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라고 기업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저(低)유가로 경제성장률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배출권 거래제가 생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혀 진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산업계는 세 가지 측면에서 배출권 거래제의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이 필요량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17년까지 3년 동안 정부가 배당한 배출권은 15억9,800만톤으로 같은 기간 525개 기업이 정부에 요구한 신청량(20억2,100만톤)보다 4억톤 이상 부족하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가격인 톤당 1만원을 여기에 곱하면 3년간 4조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배출권 거래제 대상기업 525곳 중 절반이 넘는 240여개 업체가 주무부처인 환경부에 할당량을 다시 산정해달라며 이의신청을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싶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아황산가스 같은 일반적인 대기오염물질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돼 있어 설비투자를 통해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는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이상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철강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생산라인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 업계의 배출권 부담금은 3년간 약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산업계가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장 붕괴 상태다. 시장 형성의 기본원칙인 수급 균형이 깨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파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배출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경우 원하는 배출권을 손에 쥐지 못한 기업들은 최대 톤당 10만원의 과징금을 정부에 물어야 한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가정하에 4조원이던 부담금이 40조원으로 10배 뛰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시장 가격이 톤당 1만원을 넘길 경우 비축물량을 풀어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 혼란을 막기에는 배출권 물량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로 인해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앞에서는 투자를 독려하면서 뒤로는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