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경기 경착륙하나

美 경기 경착륙하나 "지금이라도 금리내려야" 대세 나스닥 시장이 역사상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가는 나스닥의 바닥이 어디인지, 회복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 종가는 2,332.78포인트로 지난해 3월 수준으로 되돌아가버렸다. 21개월동안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사상 유례없는 장세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해 86%의 경이적인 상승률로 미 국민들의 지갑을 두툼하게 만들면서 미국 경제의 사상 최장 호황까지 불러왔던 나스닥시장이 이번에는 폭락으로 인해 불황을 불러올 주범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연초대비 43%, 지난 3월10일의 최고가대비 54% 하락한 수준이다. 불과 9개월만에 54%나 떨어진 것이다. 나스닥지수의 경우 지난 73년 1월부터 74년 10월까지 59.9% 하락했던게 종전 기록이다. 당시 나스닥지수가 원상회복되는데는 5년이 걸려 79년에야 73년의 최고점으로 되돌아갔다. 당시 상황과 이번 나스닥의 폭락은 기본적인 경제여건에서 많이 다른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당시 미국 경제는 장기불황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연착륙(소프트랜딩)이 가능하다고 큰 소리치고 있지만 불황으로 곤두박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나스닥 폭락의 기본적인 배경은 경기둔화로 인한 기업실적의 급격한 감소다. 지난 5월 닷컴의 붕괴로 시작된 나스닥의 약세가 이후 텔레콤, 컴퓨터로 이어지면서 이제는 나스닥의 간판 스타들이 줄줄이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신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월가 전문가들조차 나스닥의 바닥이 어디인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투자심리가 갈수록 냉각되면서 너나없이 관망세만 보이고 있는 것이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애널리스트 루이스 팍스는 나스닥지수가 2,100선까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2,100선이 지지선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현재의 하락국면이 수개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팍스의 전망이다. 그나마 향후 전망을 좋게 보는게 추가 폭락은 없이 장기적인 바닥 다지기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정도다.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스타인버그는 그동안 미국 경제의 연착륙(소프트랜딩)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스타인버그조차 20일미국경제가 연착륙보다는 조금 거친 착륙(rougher landing)을 겪을 것으로 경고했다. 스타인버그는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2%에서 3%로 하향조정하면서, 특히 상반기에는 3%미만의 저성장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따라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1%포인트까지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거친 착륙에서 경착륙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상황에서는 경제 및 증시를 회복시키는 유일한 길이 '금리인하'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19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했어야 하는데,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보는 일부 전문가들은 FRB가 지금이라도 임시회의를 통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년 1월31일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시의적절한 통화정책으로 10년 장기호황을 이끌어왔다고 평가받고 있는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에게 다시 사상 최악의 나스닥 폭락이라는 난제 해결의 과제가 떨어진 셈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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