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채업자도 “돈 빌려줄 수 없다”/기업들 돈가뭄­현장 목소리

◎종합상사들 수출입환어음 네고 거의 중단/“1∼2주 지속땐 버티기 어렵다” 중기한숨/은행 “우리도 돈가뭄… 무슨 어음할인이냐”기업들이 극심한 돈가뭄으로 고사직전에 몰려있다. 자금수요가 가장 많은 연말이지만 돈을 공급하는 금융권마저 부도상태에 있어 기업이라는 논은 이미 말라 갈라지기 시작했다. 기업재무담당자들은 증권시장을 비롯해 종금사, 은행 등 돈이 나올만한 곳은 모두 찾아 다니고 있지만 사채업자들까지 돈꿔주기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국가 신용도 추락으로 해외에서의 자금조달마저 사실상 어렵게 되는 등 모든 자금조달 파이프가 막혀 재무구조가 좋은 기업들마저 부도위기에 몰리는 등 무차별적인 무더기 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강도높은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한 A그룹관계자는 『예전에는 기간이 끝나도 80%는 연장해주던 종금사들이 요즘은 50% 이상은 안해 주고 있으며 심지어 어떤 회사는 1백%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관계자도 『여신기간이 예전엔 6개월 단위였으나 최근에는 15일에서 30일 단위로 단축됐으며 여신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자금을 회수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종금사들은 예전에 기업을 우선으로 모셨으나 이제는 자신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으며 이같은 몸부림은 기업들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종합상사의 자금팀은 연일 비상이다. 수출입환어음에 대한 네고가 거의 중단돼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된데다 그동안 비축한 외화자금도 거의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자금팀들은 현재 외국계 은행과의 거래를 통해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1·2금융권은 물론 사채시장까지 돌아다니며 금리에 관계없이 자금을 끌어들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돈을 꿔주겠다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중소무역업계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종합상사들마저 네고가 지연되고 있는 판에 이들이 은행에서 네고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중소무역업체 사장은 『이같은 상황이 앞으로 1주∼2주일정도 지속되면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수출비중이 높은 섬유업체들의 돈가뭄은 최대 돈줄인 무역금융이 막혀 자금확보에 혈전을 치르고 있다. 수출대금을 은행에서 미리 당겨 쓰는 외상 수출환어음의 할인을 받지 못해 제품을 수출하고도 제품생산에 따른 제반 비용을 몇달후에나 결제받게돼 단기운영자금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4대 그룹도 어렵다는 회사채 발행은 꿈도 못꾸고 기업어음(CP)을 통한 자금조달은 「금리 불문」이다. 그나마 법정최고한도인 연리 25%에라도 CP를 발행하고자 하지만 인수기관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마지막 돌파구가 수출대금에 대한 어음할인.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요청이후 달러부족 등을 이유로 무역금융마저 차단되고 있다. 니트수출업체인 D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달러부족 등을 이유로 수출환어음을 할인해주지 않고 있다』며 『특히 일부 은행은 수출후 10여일 지나면 수출대금이 결제되는 신용장마저도 취급을 하지 않아 수출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내수부진에 수출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자업체의 한 재무담당자는 물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을 할인받기 위해 거래은행을 찾았지만 『우리도 돈이 가물었는데 무슨 어음할인이냐』며 핀잔만 들었다. 그는 곧바로 종금사로 달려갔지만 『곤란하다』는 말에 더 이상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겨우 파이낸스에서 할인했다. 어음만기일이 불과 열흘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나 표시금액보다 18%나 줄어든 금액을 받아들고서도 『고맙다』는 말이 자신도 모르게 나왔다. ○…업계는 현재 상황을 금융공황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과 종금사·증권사·투신사 등 금융기관에는 돈을 풀고 있지만 부도난 금융기관들이 창구문을 닫아 돈이 기업들에까지는 돌지 않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산업1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