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학] 줄없이 탈출하는 구명정 나왔다

구명정은 「사람 목숨을 구하는 배」를 말한다. 구명정은 기본적으로 「물에 뜰 것」으로 여겨진다. 배가 물에 떠야 사람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통념을 깬 구명정이 등장했다. 이른바 「다이빙 구명정」이다.현대정공에서 만든 새로운 개념의 구명정은 「자유낙하식 구명정」(FREE-FALL LIFEBOAT). 배에 사고가 일어나면 바로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어 승객과 승무원의 생명을 구하는 구명정이다. 보통 30~35명 정도가 탄다. 이 구명정의 가장 큰 특징은 「탈출 시간」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구명보트는 줄에 매달려 배 위에서 천천히 내려간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이 보통 1분 안팎. 배에 불이 나거나 엔진이 폭발하는 등 비상사태 때 배에서 탈출하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다. 그러나 자유낙하식 구명정은 탈출에 4~5초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사고 발생후 승객이 다 타면 이 구명정은 그대로 바다로 다이빙하기 때문이다. 구명정에는 바다에 떨어진 다음에도 승객들을 지키는 비밀 장치들이 있다. 먼저 승객이 앉는 의자. 구명정 안의 의자는 일반 의자와 반대로 뒤를 보고 앉게 돼 있다. 바다에 떨어질 때 받는 충격은 시속 70㎞로 달리는 자동차가 벽에 부딪힐 때 받는 충격과 비슷하다(물이 완충 작용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 받는 충격은 자동차보다 적다). 승객들은 벨트를 매고 있지만 앞을 보고 앉으면 물에 떨어질 때 몸이 크게 앞으로 쏠려 다치기 쉽다. 이를 막기 위해 뒤를 보고 앉는 것이다. 구명정의 앞부분도 큰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특수 재질로 만들며 두께도 일반 구명정보다 6배나 두껍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명정이 뒤집히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려주는 장치다. 다이빙한 구명정은 실제로 바닷물 속에 완전히 잠기고, 때로는 뒤집힌다. 그러나 이 구명정은 오뚜기처럼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어 한 바퀴 돌며 자리를 잡는다. 현대정공의 박근억(朴根億)과장(차량부품생산부)은 『배가 부서져 구명정 안으로 물이 들어와도 부력재가 들어 있어 바로 물 위로 떠오른다』고 말한다. 갖가지 비상사태에 대비한 장비도 있다. 다이빙 구명정이 주로 탐재될 유조선·LNG 운반선 등은 사고가 나면 바다 위에 큰 불이 날 수 있다. 보통 구명보트에는 불이 옮겨 붙는다. 그러나 다이빙 구명정은 불에 잘 타지 않는 강화플라스틱(FRP)로 돼 있다. 불이 옮겨 붙으면 펌프로 바닷물을 끌어올린 뒤 물을 뿌려 불을 끈다. 유독가스를 마시지 않도록 공기 공급 장치도 갖추고 있다. 이 구명정은 이름은 「자유낙하」지만 사실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朴과장은 『구명정이 수직으로 떨어지면 충격이 너무 커 안에 탄 사람들이 크게 다친다』며 『구명정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대신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고 말한다. 구명정은 어린아이가 미끄럼틀을 타듯 1.2㎙길이의 미끄럼대를 미끄러져 바다에 떨어진다. 미끄럼대는 수면에 대해 30°정도 기울어져 있어 구명정이 포물선을 그리며 비스듬히 떨어지는 것이다. 현대정공은 최근 독일 해운항만청으로부터 다이빙 구명정에 대한 국제기준을 통과했다. 또 10대의 다이빙 구명정을 독일 등 외국에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우리가 만든 구명정이 세계인의 생명을 구하게 된 것이다.【김상연 기자】 현대정공이 개발한 다이빙 구명정이 바닷물로 뛰어들고 있다. 바닷물 속에 잠긴 구명정은 잠수함처럼 물 위로 떠오른다.【현대정공 제공】 ◇다이빙 구명정과 타이타닉호 다이빙 구명정이 등장한 것은 약 10년 전이다. 사실 다이빙 구명정이 탄생하게된 배경에는 1914년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 「타이타닉호」가 있다. 타이타닉 호의 사고 이후 사람들은 배에 관한 각종 안전 규칙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솔라스(SOLAS) 규칙」이다. 솔라스 규칙이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정되다 다이빙 구명정에 대한 규정도 생겨난 것이다. 솔라스 규칙에 따라 구명보트는 노로 젖는 대신 발동기로 움직이게 됐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보듯 추위로 죽은 사람이 많아 구명보트는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보온복과 방수복도 갖추고 있다. 다이빙 구명정 안에는 만일을 대비해 사흘치 식량이 들어 있다. 낚시도구도 들어 있어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다. 무전기, 레이다를 비롯해 위성에 신호를 보내는 장치까지 있어 바로 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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