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쇼핑에 열을 올리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유럽 고급 백화점과 로드숍으로 몰려들던 유커의 발길이 점차 뜸해지고 샤넬이나 루이비통·보테가베네타 등의 매장에 길게 늘어섰던 중국인들의 모습도 줄어들고 있다. 명품 쇼핑 대신 가족여행·문화여행 등이 늘어나면서 유커의 지갑이 닫히고 있는 것이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가의 핸드백·보석·와인 등을 구입하는 중국인들의 쇼핑 파티가 끝났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치권의 부패척결 움직임과 경기둔화 등의 영향으로 중국인의 여행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유럽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고가품 면세혜택을 받기 위한 세금 환급 청구 증가율은 지난 2012년 57%에서 지난해 18%로 급격히 둔화됐다. 유커들의 명품 여행이 감소하며 프라다 등 유럽 명품 업체들의 유럽 내 매출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유커의 명품 여행 감소는 홍콩 소매판매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5월 연휴 기간 홍콩의 소매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 감소했다. 특히 시계 및 보석류는 28%나 매출이 줄었다. 이어 6월 소매판매도 지난해와 비교해 6.9%나 감소했다.
WSJ는 유커들의 여행이 과거 쇼핑에 집중됐다면 최근 들어서는 문화체험·가족관광 등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도 내수 진작을 위해 국내여행 확대정책을 내놓으며 밖으로 새는 위안화를 국내에서 흡수하려 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전날 '여행업 개혁·발전 촉진을 위한 의견'이라는 통지문을 발표하며 2020년까지 국내여행 소비규모를 5조5,000억위안(약 91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국무원은 이를 위해 중국인 1인당 여행횟수를 4.5회로 확대하고 여행 업계 부가가치를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세부 목표도 내놓았다. 아울러 외국인 여행객 유치를 위해 현재 경유 여행의 경우 허용하는 72시간 무비자를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대도시 단기 여행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중국 여행의 고질적인 병폐인 관광지 입장료와 여행사 서비스에 대한 표준을 정해 성급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도록 했다.
중국인들의 국내여행 확대를 위한 휴가제도도 바꾼다. 국무원은 직장인에 대한 '유급 휴가' 제도를 강화하고 자녀들이 다니는 초중고교에 '봄방학 제도' 시행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무원은 통지문에서 "관광산업의 개혁 속도를 높여 가난한 서부지역 등 지방도시의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고용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