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기업의 매출 증감률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악화되며 무려 12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밖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불안 등 'G2 리스크', 안으로는 지지부진한 내수 회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대기업마저 급격히 휘청이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은 '2·4분기 기업경영 분석'을 통해 대기업의 매출 증감률이 전년에 비해 5.7% 급감했다고 밝혔다. 1·4분기 -5.5%보다 더 부진한 것으로 카드사태, 이라크 전쟁, 홍콩 중증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2003년 3·4분기(-6.3%)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지난해 2·4분기 세월호 참사로 대기업 매출이 축소(-2.9%)돼 올 2·4분기는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실제 성적표는 이보다 더 나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기업 중 제조업의 매출 증감률은 -7.5%로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국제유가·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급락에 따른 수출제품의 단가 하락이다. 2·4분기 석유화학 업종의 매출 증감률은 15.9% 급감(전년 대비)했으며 전기·가스 11.4%, 금속제품이 6.6% 감소했다. 엔화 약세, 중국 제품과의 경쟁 심화, 중국 경기부진의 여파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계·전기전자 매출 증감률은 3.6% 쪼그라들었다. 조선업황 악화로 운송장비(-3.7%) 매출도 하락했다. 이는 국내 외부감사 대상 법인 1만 6,000여곳 중 3,065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