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약 등으로 외연 넓어지고
대규모 자금 유입 벤처시장 제2붐
국내 업계 실력 아시아 최고 수준
해외진출로 수익구조 다변화해야 손실충당제등 규제 개선이
시장·투자 활성화 선결 과제
소득공제 확대등 세제지원땐
엔젤투자도 크게 늘어날것 "최근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이 100억~150억원의 대형 투자를 잇따라 요청하고 대규모 투자펀드가 급증하는 등 벤처시장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털도 이제 덩치를 키워 중국 등 글로벌시장에서 정면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이종갑(57ㆍ사진)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국내 벤처시장은 거품논란과 금융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한 체질 개선을 통해 제2의 벤처붐을 맞고 있다"며 "올해는 벤처캐피털업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벤처캐피털은 전통적으로 제조업 및 정보기술(IT) 분야 투자에만 너무 치중해왔는데 이제는 서비스산업과 바이오 등 새로운 영역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며 "연구개발(R&D), 교육, 의료 서비스 등 새로운 시장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벤처시장은 과거 10억~20억원의 소규모 투자에 머물던 패턴에서 벗어나 바이오ㆍ제약ㆍ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100억원대 이상의 자금이 움직이는 등 판도 자체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이 회장은 "요즘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사업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벤처캐피털은 오래전부터 이 분야에 투자해왔다"며 "과거와 같이 유행을 좇아 투자하는 사례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신규 벤처펀드 조성액이 1조원을 돌파했는데 올해 말에는 이를 2조원까지 늘렸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며 "향후 2~3년 이내에 이를 3조원까지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에는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에 투자가 위축돼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인터넷과 정보통신에서 벤처캐피털이 '묻지마 투자'로 큰 손해를 입었지만 이제 '옛말'이라고 설명한다. 벤처 거품이 꺼진 뒤 뼈를 깎는 자성의 시간을 보낸 탓에 업계의 내실과 외형 모두 몰라보게 성장했다는 진단이다. 그는 국내 벤처캐피털의 실력이 아시아 지역에서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자신했다. 특히 해외 자금을 유치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국내 벤처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성공하려면 해외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며 "삼성과 LG 같은 국내 기업과 협력하고 있는 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유망한 지역을 꼽으라면 중국과 일본을 말하고 싶다"며 "아울러 높은 기술력과 자금력이 풍부한 이스라엘도 한국의 파트너로 손색이 없다"고 분석했다. 벤처캐피털업계는 벤처투자를 늘리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제 및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손실충당제도와 은행이 벤처기업에 투자할 경우 벤처펀드의 위험가중치를 투자금액의 400%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회장은 "투자기관에 자금을 유치해 펀드를 조성할 때 손실의 대부분을 벤처캐피털이 책임지겠다는 규정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며 "최근 중소기업청과 함께 이 같은 불합리한 규정을 고치기 위해 제도 개선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의 기본은 이익이 나든 손해가 발생하든 투자자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면서 "벤처투자가 위험한 투자라는 잘못된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이 벤처펀드에 투자할 경우 위험가중치를 투자금의 4배로 규정한 것도 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된 규제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벤처가 위험한 측면도 있지만 평균적인 수익률을 따지면 다른 분야에 비해 리스크가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네오플럭스 등 두 자릿수 이상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벤처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세제 지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공공영역이 아닌 개인과 민간영역에서 벤처캐피털로 자금이 유입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좀더 파격적인 세제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 회장은 개인투자자(엔젤투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닌다. 이 회장은 "초기 기업은 투자 리스크가 매우 높아 벤처캐피털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많다"며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지원은 공공 영역해서 좀더 나서야 하며 이와 더불어 소득공제 등 세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와 중기청은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을 현행 10%에서 30%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벤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투자금액을 효과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업계의 과제이다. 그는 "기업공개(IPO)에 한정된 투자회수를 위해 상장 이전에 지분을 팔 수 있는 프리보드 및 세컨더리마켓 등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회수시장을 확대하기에 앞서 코스닥 시장에서 장난 치는 사람들을 좀더 철저하게 관리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벤처캐피털이라는 업계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회장은 "국민연금이나 군인공제회와 같은 기관투자가들은 감사원의 감사를 피할 수 없어 투자를 진행할 때 너무 형식적인 면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다"며 "벤처는 모험을 감수하고 본능적인 감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선결조건을 묻자 그는 "벤처캐피털업계를 이끌고 있는 투자 심사역(벤처캐피털리스트)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모두 500여명에 불과한데 이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며 "모태펀드인 한국벤처투자 등에서 운영하는 전문가 양성과정이 있는데 이를 더 확충해 전문인력을 1,000~2,000명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공직 생활 30여년 동안 쌓은 경험과 인맥을 통해 벤처캐피털업계의 이익과 숙원 사업을 하나씩 해결하도록 힘쓰고 있다"며 "아직도 일각에서는 벤처업계를 일확천금을 노리는'투기'로 바라보고 있는데 경제의 중요한 생태계를 차지하는 한 분야로 자리잡도록 만드는 것도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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