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은행의 잘못으로만 탓하지 말라

파이낸셜타임스 1월 3일자

뉴욕 월가는 굴욕적인 새해를 맞았다. 지난해 미국 모기지 부실 사태는 금융서비스 시장에 후폭풍을 몰고왔다. 월가의 수장들이 퇴장했고 미국과 영국의 은행들은 자금조달에 나섰다. 후기 산업사회에서 변동성은 때로 산업성장을 저해한다. 특히 공공지출을 법인세 등 중세정책으로 충당하는 영국은 산업의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 런던의 금융중심지인 메인가는 뉴욕 월가와 밀접하게 얽혀 넘치는 보너스로 뉴욕과 런던의 주택가격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다. 저금리와 인플레이션은 은행들에 쉬운 조건에 대출을 용이하게 했다. 이로 인해 나타난 신용경색 현상은 은행과 소비자들에 타격을 입혔다. 미국은 주택시장 둔화로 소비자 지출에 리스크가 전이돼 경기침체 우려가 심각하다. 이를 두고 은행업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용상품거래의 혁신이 대출자들에게 능력 밖의 자금을 쉽게 차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변동금리가 올라 차입자들을 압박했다. 투자은행들은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발행하기 위해 더 많은 신규대출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은행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개인들은 뛰는 집값을 이용해 투기에 뛰어들었다. 은행이 자금을 대줬다고 해서 이윤이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무시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영ㆍ미 금융서비스시장이 위기를 맞느냐의 여부다. 많은 이들은 이번에 드러난 금융시스템의 허술함에 아연실색했다. 노던록 지점 앞에 줄을 선 예금자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는 월가가 준 수백만달러의 후원금과 상관없이 미국 금융가를 공격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나 투자자들이 뉴욕 월가와 런던 메인가에 완전히 등을 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영ㆍ미 경제에서 금융서비스의 발전은 2차산업에서 3차산업으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뉴욕 월가 은행들은 그들의 사치스러움에도 불구, 여전히 세계각국의 적극적인 공세가 이어지는 선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취임한 월가의 신임 경영자들이 금융당국에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의지를 확고히 보여준다면 기존의 패턴대로 업무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 과열의 후유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메인 가에도 월가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 그러니 은행가들은 주눅든 어깨를 펴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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