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름값 전쟁' 은 불길 꺼져가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20일 서울 중구 충무로의 한 주유소 직원이 가격표를 고치고 있다.


‘기름값 대책반장’으로 불린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탓인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이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할 정도로 하늘로 치솟고 있지만 정부의 기름값 안정을 위한 의지는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정부는 대형마트 주유소 확대 방안을 철회하는 가하면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알뜰주유소(대안주유소) 추진도 지지부진하다. 20일 석유제품 가격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전날보다 리터당 0.78원 오른 1,985.23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4일(1,933.21원) 이후 45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오른 것이다. 특히 서울지역은 2,063.20원으로 연일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인상되는 것은 사실인데 환율과 국제유가를 봤을 때 정유사가 폭리를 취하거나 ‘이상한’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가 기름값 인상을 용인한다는 발언이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거세게 몰아 부쳤던 기름값 전쟁 초기와는 기류가 완전 달라졌다. 지경부는 경쟁촉진으로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현재 특별시ㆍ광역시에서 인구 50만 이상 도시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던 대형마트 주유소 확대 방안도 중단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 주유소 추진계획은 없다”고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이와 함께 사은품을 주지 않는 대신 기름값을 낮춘 알뜰주유소(대안주유소)를 연내 시범적으로 설치한다는 계획도 주유소업계의 반대로 난관에 빠져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최중경 장관을 비롯해 정부의 기름값 안정 의지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장관은 지난달 “서울지역의 기름값이 다른 지역보다 빨리 올라가는 이유를 분석하고 있는데 주유소 기름값 분석 결과와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깜깜 무소식이다. 지경부는 전국 500개 주유소 장부를 입수해 정유사 공급가와 주유소 판매가의 관계 등을 분석했다. 최근의 국내 기름값 인상은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이 엇박자를 보이면서 지속적인 상승을 이끌었다. 국내 유가는 일주일 정도 시차를 두고 싱가포르 국제 현물시장의 석유제품 가격에 환율을 반영해 결정되는데 싱가포르 현물가격이 안정되면 환율이 급격히 오르고, 환율이 떨어지면 현물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2008년 국제유가가 150달러에 달하는 초고유가 시대에 국내 기름값 최고치가 1,95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다는 분석이다. 지금은 국제유가는 더 낮은 수준이지만 환율이 1,100원대로 당시 1,000원대 초반보다 높고, 유류세 인하 효과분이 빠져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정유사들의 공급가도 계속 올라 국내 기름값은 좀 더 오를 것 같다”고 예측했다. 한편 이날 한국주유소협회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전국 주유소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농협주유소 혜택 폐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더는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생존권 사수’ 궐기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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