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낙하산ㆍ월권 인사의 유혹 떨쳐내야

청와대가 민간 기업인 포스코ㆍKT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석달 만에 재개된 공기업 등 공공기관 수장 인선 과정에서는 잡음과 내정설이 춤을 춘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되풀이되는 몹쓸 고질병이다.


포스코와 KT는 임기가 한참 남은 정준양ㆍ이석채 회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거나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 이익이 크게 쪼그라든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까지 불거져 분위기도 매우 어수선하다. 회사ㆍ본인이나 청와대가 부인하고 나섰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개연성은 충분하다. 포스코의 경우 박태준ㆍ김만제ㆍ유상부ㆍ이구택 전 회장이 임기 중 정치적 압력으로 물러난 전례가 있는데다 최근 국세청의 전격 세무조사까지 겹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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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주주인 공기업이라면 몰라도 단 한 주의 주식도 갖지 않은 민간 상장사의 CEO에게 중도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사는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경영책임을 질 일이 있다면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판단할 문제다.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손보겠다며 상법 등 각종 경제민주화 법안을 추진하는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할 일이 아니다. 그러려고 주인 없는 반쪽 민영화 정책을 선택했다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할 일은 따로 있다. 500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빚을 진 공기업 등에 전문성과 경영혁신 능력이 있는 수장을 뽑고 정부의 예산부담을 떠넘기는 우회로로 삼지 않는 것이다. 자원개발ㆍ4대강 사업에 공기업을 동원해 빚덩어리로 만들어 정부 재정에 큰 주름을 지운 이명박 정권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당선인 시절 전문성을 강조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국정철학 공유'에 방점을 찍자 금융지주 회장 등에 관치ㆍ낙하산 인사가 줄을 이어 여론이 들끓었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논공행상에 치우친 코드ㆍ낙하산 인사는 방만한 경영으로 혈세를 축내고 공공요금 인상만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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