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들의 위대한 업적

■딴짓의 재발견(니콜라 비트코프스키 지음, 애플북스 펴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겸 물리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자신이 개량한 20배율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해 달의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는 사실, 은하수는 수많은 별들로 구성됐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다. 망원경으로 행성을 관측한 사람은 갈릴레이지만 망원경의 기능을 설명해 타당성을 뒷받침한 사람은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였다. 케플러는 행성의 궤도가 코페르니쿠스의 주장대로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이라는 점을 최초로 언급했다. 미신에서 합리주의로 접어드는 과학의 길목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그의 연구는 기존 신비주의 세계관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인류 과학사에 계몽주의 서광을 이끌어내는 업적을 세웠다. 물리학 교수인 저자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 뒤에 숨겨져 있던, 정통 과학사에선 자취가 희미한 과학자에게 주목하고 이들의 숨겨진 업적을 찾아 나선다. 그는 숨겨진 혹은 잊혀진 이들 과학자의 성과가 낭만주의나 형이상학 혹은 순진한 열정에 사로잡혀 연구에 몰입했던 '딴짓의 대가'라고 규정하며 기존의 과학사가 사실의 역사라고 믿게 했던 실증주의의 부정적 효과에 해독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로 실명한 눈으로 영화의 선구자가 된 조셉 플래토, 역학과 요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데 집착한 드니 파팽, 두꺼비와 마녀의 성(性)을 탐구했던 외과의사 윌리엄 하비, 위스키와 연금술에 조예가 깊었던 작가 겸 과학자 에드거 앨런 포 등 28명의 인물을 탐색해 들어간다. 저자가 탐색한 과학자 가운데 르네 뒤보스(1901~1982)도 자신의 업적만큼 평가를 받지 못한 인물이다. 국립농업연구소 출신으로 부식토 분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던 뒤보스는 1940년 1월 세계 최초의 항생제 '그라미시딘'을 개발했다. 한편 스코틀랜드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1881~1955)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를 하던 중 현재 항생제의 대명사로 알려진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1940년 8월 발표된 이 연구 논문으로 1945년 공동 연구자인 H.W.플로리(1898~1968)와 함께 노벨생리ㆍ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항생제의 개념을 최초로 만들어낸 뒤보스의 공로는 페니실린의 빛에 가려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만을 단순화시킨 낡은 형식의 일반적인 과학사는 과학 영웅들의 업적만 다룰 뿐 그 발견에 담긴 (딴짓의 대가들이 보여줬던) 영감과 감성, 괴짜 과학자들의 광기 어린 뒷이야기는 빠져 있다"며 "이성의 역사에 눌려 빛을 발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새로운 활력을 얻고 진부한 것으로 치부되던 낡은 생각들이 순식간에 놀라운 직관으로 탈바꿈하는 경험을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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