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NPS)이 아시아 지역에서의 대체투자를 확대해 5년 만에 1조원의 투자수익을 올린 영국 런던의 'HSBC 빌딩 투자 신화'를 재현한다. 국민연금은 현지 운용사와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신규 부동산·인프라에 대형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며 이미 싱가포르에서 1,000억원의 시범 투자를 통해 10%가량 수익률을 올려 성공 가능성을 엿보게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5년간 해외 대체투자에서 연평균 8.29%의 수익을 기록해 전체 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누렸다.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를 지난해 말 102조6,000억원(투자 비중 21.9%)에서 내년 131조1,000억원(23.1%)으로 30조원가량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오는 2020년에는 전체 자산 중 30% 이상을 해외 자산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특히 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 등에 자금을 투입하는 대체투자 비중도 지난해 46조7,000억원(9.9%)에서 내년 65조3,000억원(11.5%)으로 늘리는 한편 2020년에 15% 수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해외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아시아 시장 투자의 규모와 범위를 대폭 늘린다는 계획 아래 지난 18일 싱가포르에 세 번째 현지 사무소도 개설했다. 뉴욕과 런던 사무소가 전통적인 주식과 채권 투자의 전진기지인 데 비해 싱가포르는 대체투자를 확대·공략하는 전초기지가 된다.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은 "2020년이면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60%,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할 만큼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지역"이라면서 "인프라 등 해외 대체투자처도 아시아 지역에서 적극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아시아 공략을 위해 리스크가 높은 직접 투자보다는 현지의 실력 있는 운용사와 협력해 투자처를 우선 발굴해 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 투자 자산은 총 84건에 전체 약정액은 19조2,500억원이지만 아시아 비중은 22%로 북미(45%)의 절반 정도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검증된 현지 운용사를 활용, 효율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아시아에서 투자 노하우를 쌓아온 호주계 부동산·인프라 운용사인 렌드리스(lendlease)와 함께 싱가포르의 복합 쇼핑몰인 젬몰에 1,000억원을 투자해 짭짤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개발을 맡기도 한 렌드리스는 올 6월 말 기준 운용자산이 약 10조원에 이르며 전 세계에서 1만여개 부동산 프로젝트를 운용·개발하고 있다. 젬몰의 지분 25%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2013년 6월 투자 이후 10% 수준의 '순 내부수익률(Net IRR)'을 올렸으며 향후 지분가치의 상승도 기대하고 있다.
저스틴 감바니 렌드리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젬몰 인근에 고속전철 역이 들어설 예정이며 주변 인구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국민연금과 협력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더욱 많이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과 렌드리스는 호주에서도 공동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아시아 지역에서 부동산뿐 아니라 인프라와 사모펀드 등에 대한 투자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 인프라 투자 약정금액은 8조4,620억원(투자 잔액 4조4,160억원), 해외 사모 투자는 14조원(6조810억원)으로 부동산 약정금액 19조2,500억원(11조4,660억원)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다. 아시아 지역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아시아인프투자은행(AIIB) 설립 영향으로 향후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2020년까지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수요는 1조600억달러(약 1,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 이사장은 "싱가포르 사무소는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및 중동 지역의 대체투자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