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피겨여왕의 감동 피날레 …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시간이 멈췄다. 숨이 막혔다. 한 마리 나비가 은반 위를 날아오르듯 점프할 때를 제외하곤 어떤 소리도 범접하지 못했다. 더 이상 공식 경기에서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모두가 몸짓 하나, 점프 하나라도 기억 속에 담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마침내 쏟아진 우뢰와 같은 박수와 꽃다발. 천의무봉, 예술로 승화된 피겨여왕 김연아의 마지막 4분10초가 그렇게 끝났다. 결과는 은메달이었지만 후회 없는 연기를 펼쳤기에 그 어떤 금메달보다 빛났다. 지치고 힘든 대한민국에 피로회복제를 선사했던 여왕은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에게 행복을 안겨줬다.


피겨의 볼모지에서 혜성과 같이 등장한 김연아는 대한민국에 존재만으로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단지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발목부상·고관절통증을 이겨내고 결국 세계 정상에 서는 투지와 단 1명의 후배에게라도 기회를 더 주기 위해 은퇴의 유혹을 버리고 다시 지옥 같은 훈련장을 찾은 희생정신을 보며 국민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힘들고 지친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응원밖에 해줄 게 없는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감동의 선물이었다. 그래서 김연아는 언제나 '여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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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남기는 한다. 석연치 않은 판정 논란만 없었다면 좀 더 여왕에게 걸맞은 화려한 피날레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판정번복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4년 뒤 평창에서 복수하자'는 비이성적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올림픽 2연패를 바랐던 만큼 실망이 크리라는 걸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조차 1등만, 금메달만 바라는 우리의 이기심일지 모른다. "(실수 없이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는 김연아의 경기 직후 인터뷰 내용은 잠시 잊혔던 스포츠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김연아는 삶에 지친 대한민국에 행복과 희망의 씨앗을 심고 무대를 내려왔다. 그 씨앗을 4년 뒤 평창에서 꽃피우는 것은 체육계와 남아 있는 우리들의 몫이다. 떠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잊지 못할 감동을 준 피겨여왕에게 이제 박수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당신이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아디오스 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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