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원자력 안전의 날] 한국 원전 안전성 '세계가 인정' 상반기 수출 1억7,000만弗로 작년 총실적 추월태국등 개발도상국 '코리안 모델' 벤치마킹 확산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한국의 원자력 성공비법을 알려주십시오." 지난 8월2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3 에너지장관 회의'에서 한국 대표단을 중심으로 진풍경이 연출됐다. 태국 에너지부 장관이 우리 측에 양자 회담을 제안하며 다짜고짜 한국 대표단을 찾아간 것. 당시 우리 대표단의 고정식 산자부 에너지자원정책본부장이 그의 카운터파트였다. 즉시 성사된 양자 회담 석상에서 태국 장관의 질문 공세가 터졌다. "한국의 방사능폐기물 처리장 유치 사례가 매우 성공적이었는데 그 성공 포인트는 무엇이었느냐" "태국도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원전 도입을 검토 중인데 한국이 모범사례다.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달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자신보다 급이 낮은 고 본부장(1급)에게 회담의 격(?)을 따지지 않고 달려들었던 당시 상황을 지켜본 산자부의 한 실무자는 "원자력 발전 중장기 전략을 수립 중인 세계 개발도상국 중 상당수가 '코리안 모델(Korean model)'을 외치고 있는 현실을 처음으로 직접 목격한 자리였다"며 "한국의 원전 역량은 편협한 국내 시각과 달리 해외에서 어느덧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세안 에너지장관 회담 사례에서 확인되듯 한국의 원자력 기술과 안전성 등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올해 원전 관련 시설과 장비 수출이 폭증하면서 원전 산업을 미래 국가 성장동력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매년 원자력 안전에 대한 불신과 오해로 크고 작은 논쟁이 끊이지 않는 국내 상황이 무색하게 원자력 발전 산업의 비약적 성장은 어느덧 올 상반기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 등으로 안전성을 입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전 수출, 지난해 상반기만 2억달러 근접=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7월까지 원전 관련 수출 실적은 미화 기준 1억6,904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돼 이미 전년 수출 실적(1억6,479만달러)을 추월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 1993~2003년까지 지난 11년간 총수출액이 2억9,700만달러임을 고려할 때 지난해 상반기 수출액이 얼마나 큰지를 간접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향후 긍정적인 원전 수요에 대한 전망은 지난해 수출 드라이브가 시작에 불과함을 확인시키고 있다. 1995년부터 올해까지 13년간 세계 원전설비는 총 3,000만kW 수준이지만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향후 13년간 발생할 수요는 최소 7,000만kW에서 최대 2억kW에 이를 것이라는 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망이다. 올해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은 한결같다. 과거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 과정에도 동반 성장해온 원전 기술이 30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기술 누적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 여기에 중대한 원전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관련 시설을 운영해온 관리 역량이 기술력의 가치를 더욱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만든 한국수력원자력이 어느새 세계 3위의 원전 기업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두산중공업 등 민간기업도 세계적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특히 개도국을 중심으로 이른바 내실 있는 압축성장에 성공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1호기를 준공한 이래 지금까지 20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동안 단 한 건의 원전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세계 속 원자력 '코리안 모델' 확산=한국 원전의 발전은 최근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코리안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바꾸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운전 중인 한국표준형원전(OPR-1000)과 신고리 3ㆍ4호기로 지어질 3세대 신형 경수로(APR-1400)는 외국기술을 도입,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개발했다. 베트남의 경우 한국의 이 같은 원전기술 자립화 사례를 코리안 모델로 부르며 장기 원전건설 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자국 내 원전 모델로 코리안 모델을 적극 벤치마킹하고 있다. 루마니아도 최근 2009년 착공 예정인 자국의 체르나보다(Cernavoda) 원전 추가 건설에 한국의 투자를 요청할 만큼 코리안 모델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1~2년 새 해외 회담시 국가 간 면담의제로 빠지지 않는 게 한국의 원자력 관련 기술ㆍ정책""". 그러나 코리안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결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가 기술의 국제표준화 작업이다. 예컨대 산업 발전규모나 기술 측면에서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국가 표준과 표준 인프라 부문에서는 여전히 국제표준화율이 선진국의 30% 수준으로 저조하다는 평가다. 이에 2012년까지 선진국의 95%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150여종의 국제표준을 KS규격으로 도입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지만 급속한 기술 진보를 정부의 기술행정이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울러 최근 일본의 사례처럼 지진 등 자연재해 발생시 원전의 안전성을 국내외에 충분히 입증할 수 있도록 안전성을 높이는 데 보다 많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원자력 관련 유공자 50명 포상 송명재 수력원자력 본부장 동탑산업훈장…송진섭 현대건설 상무 산업포장 올해로 13돌을 맞은 '원자력 안전의 날'을 기념해 정부는 5일 송명재 한국수력원자력 발전본부장, 송진섭 현대건설 상무 등 원자력 안전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 총 50명에게 포상했다. 이날 서울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비롯한 원자력계 인사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기념식에서 정부는 50명의 원자력 관련 유공자의 노고를 치하했다. 먼저 최고의 영예인 동탑산업훈장(1명)은 송명재 한국수력원자력 발전본부장이, 산업포장(1명)은 송진섭 현대건설 상무가 각각 수훈했다. 송 본부장은 올해 4월 영광3호 발전소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성 점검(OSART) 결과 OSART 프로그램 추진 이래 최고 수준의 성적을 받아 한국 원전 운영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점이 인정됐다. 송 상무는 신고리 1ㆍ2호기 및 3ㆍ4호기로 이어지는 원전 건설을 차질없이 수행, 대국민 원자력 수용성을 높인 점이 평가됐다. 그는 특히 월성1호기와 영광1ㆍ2ㆍ3ㆍ4호기 건설시 철저한 품질시공과 안전관리 활동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아울러 개인 3명과 단체 1곳에 주어지는 대통령 표창은 ▦대우건설 ▦최강룡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 ▦정양근 한전전력연구원 수석연구원 ▦민병운 한전KPS 원자력처장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단체인 대우건설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대만 용문 및 중국 진산에 원전 시공 기술을 수출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또 삼중수소 제거설비, 사용 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등을 성공적으로 완공한 공로가 높이 평가됐다. 이날 행사에 참관한 김 부총리는 치사에서 "단 한 번의 실수가 그동안 구축된 원자력 안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만큼 최전선에서 원자력 안전을 담당하는 산업계 종사자, 안전규제 전문가, 연구자들이 원자력 안전을 모두의 '사명'이자 '생명'으로 인식하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과 더불어 전국 17개 시도에서는 '원자력을 이해하는 여성모임'이 원자력 안전 가두 캠페인(3~8일)을 벌이인다. 또한 '미래의 원자력 안전과 도전과제'를 주제로 한 원자력안전포럼이 산ㆍ학ㆍ연 공동으로 오는 11일 대전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개최된다. 이와 함께 전국의 원자력시설 개방 행사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리며 개별 원자력 관련 기관마다 자체 안전 결의대회가 진행된다. 입력시간 : 2007/09/05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