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염치없는 정통부

[기자의 눈] 염치없는 정통부 손철기자 runiron@sed.co.kr 방 얘기가 나오면 기자들은 요즘 민감하다. 참여정부가 기사송고실 및 브리핑룸 통폐합을 강행하며 지난 12일부터 주요 12개 부처의 기자실을 폐쇄, 둥지를 잃고 갈 곳 잃은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복받치는 참담함을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들이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 로비에 방석하나 깔고 일하는 풍경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근 기획예산처를 출입하다 정보통신부로 적을 옮긴 기자도 적잖은 설움을 겪었다. 막강 홍보처의 명(?)을 받은 기획처 관리들은 지난달 말부터 줄기차게 "나가라, 떠나라"며 재촉하고 닦달했다. 그리고 정통부로 전입한 지 사흘 만에 아예 기자실이 폐쇄되자 마치 집도 절도 없는 처지가 됐다. 대기업들의 기자실을 정처 없이 떠돌다 18일 다시 정통부 청사를 찾아 국정감사를 취재하면서 '팔자가 왜 이리 기구한지' 더 기막혔다. 정통부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김태환 의원에게 제출한 '청사 건물임대차 계약서'에 따르면 KT 광화문 빌딩 일부에 입주해 있는 정통부는 지난 10년간 같은 조건으로 사무실을 빌려 썼다. 사무실 임대 수요가 넘쳐 나는 광화문에서 10년 동안 돈 걱정 않고 세 들어 산 곳은 정통부가 유일할 것이란 비아냥이 국감장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KT는 시세의 절반도 안 되는 값에 사무실을 내주고도 뒤탈이 두려워 정통부에 '방값 좀 올리겠다'는 말은 입에 담을 수조차 없다고 한다. 경기도 과천에 자택이 있는 유영환 정통부 장관 역시 집 문제로 의원들의 거센 질책을 받은 바 있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강남 대치동으로 옮긴 부정(父情)까지 탓할 생각은 없지만 세 들어 이사간 집이 하나로텔레콤 사장 소유란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했다. 매각이 진행 중인 제2 유선사업자 하나로텔레콤의 최종 운명은 사실상 정통부 장관의 손에 맡겨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다. 관(官)의 힘이 민(民)을 억누르고, 관료의 권력이 기세등등 하게 살아있는 대한민국에서 공무원 견제의 선봉장 역할을 해온 언론을 정부가 감시의 눈 밖으로 내모는 것은 아무래도 염치없다. 입력시간 : 2007/10/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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