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안팎서 새는 한심한 외교부

"안에서는 협정문 번역도 못하고 밖에서는 외도나 한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외교통상부를 빗댄 여론의 분위기다. 지난해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파문 후 외교부는 조직과 인사개편을 통해 땅에 떨어진 외교부 위상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 노력해왔다. 유 전 장관 후임으로 외교 사령탑에 오른 김성환 장관은 지난해부터 이 같은 조직ㆍ인사개편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상하이 총영사관 영사들이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 ·33 )을 놓고 벌인 불륜 스캔들로 외교부는 또 다시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다. 이번에는 공직자로서의 도덕적 기강이 무너짐과 동시에 부적절한 업무 방식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특채 파문으로 인사를 둘러싼 조직 내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난데다 이번에는 외교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국가 기밀까지 빼돌리는 그야말로 할 말이 없는 업무상 비위가 터졌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특히 같은 재외공관에서 근무하던 이들이 한 여자를 놓고 벌인 암투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사건의 전모는 국무총리실 조사와 함께 각 언론의 취재와 보도를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사실 여부야 조사가 끝나봐야 판명될 일이지만 그간의 내용만으로도 외교부는 이제 국민 앞에 얼굴을 들기 어렵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한ㆍ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정문 국문본에서 번역 오류가 발견됐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통상교섭본부에 120여명, 국제법률국에 30여명의 전문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역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외교관이라는 직업은 매우 특수한 직업이다. 그만큼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일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외교관에게는 현지에서 불체포ㆍ면책 특권이 부여되며 대사관 등 재외공관 지역은 치외법권 영역으로 존중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외교는 60년 외교사에서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온 수많은 외교관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지금과 달리 국가적 위상이 높지 않은 과거의 경우 한국외교가 더 많은 난관을 겪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도 서울 도렴동 외교부 2층에는 순직 외교관 명단이 걸려 있다. 여기에는 해외에서 또는 국내에서 공직의 임무를 다하다 순직한 외교관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들이 일련의 사건들을 듣고 어떤 표정일지 상상한다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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