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기 붕괴해도 대선후보는 공자님 말씀만

우리 국민은 조만간 참담한 경제성적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26일 발표되는 3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그것이다. 정확한 숫자야 뚜껑이 열려봐야겠지만 한국은행은 며칠 전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한은이 국정감사 서면답변 자료에서 제시한 3ㆍ4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1.8%다. 불과 1년 전 3.6% 성장의 정확히 반토막이다. 분기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기는 지난 2009년 3ㆍ4분기 이후 3년 만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진행되지도 않았는데도 이 정도다.


정부는 이번 분기가 바닥일 것이라고 한다.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면 다행이지만 그동안 경기바닥 타령을 한 게 한두번이 아니니 영 미덥지 못하다. 설령 바닥이라도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어렵고 'L'자형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기업과 금융권은 구조조정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드는데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지극히 불투명해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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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부동산 버블 붕괴에서 촉발됐지만 그 뿌리는 정치 리더십 부재였다. 그런 조짐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엿보인다. 경제난국에는 애써 눈감고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에 여념에 없는 정치권을 보면 일본의 전철을 예고하는 듯하다. 기업마다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악전고투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알 바 아니라는 작태다. 성장의 엔진을 다시 돌리고 민간 활력을 배가시켜도 시원찮은 판에 기업 때리기와 투자족쇄 채우기에 여념이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재정을 좀 더 푼다고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올 만큼 경기상황이 예사롭지가 않다.

누가 집권하든 임기 첫해부터 총체적 경제난국에 직면할 것이다. 장기불황에 빠지면 백약이 무효다.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복지공약도 허사다. 최상의 복지는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고 기업이 투자해야 일자리도 생긴다. 대선주자들은 이런 사실을 언제까지 외면한 채 장밋빛 복지공약 남발과 기업 옥죄기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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