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 겸 6자회담 수석대표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실무협의를 위해 20일 출국했다. 천 본부장은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미국 뉴욕에서 만나 6자회담 재개 및 9ㆍ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회담 참가국들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해법 찾기에 나설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북미간 입장차가 워낙 커 묘안 마련이 쉽지 않다. 이번 회동의 성패는 6자 회담 교착의 가장 큰 원인인 금융제재에 대해 북한이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미국측 양보를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은 ‘6자 회담 맥락 안에서만 북미 양자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북한도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계좌 동결을 먼저 해제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 법 집행 차원에서 BDA 조사를 진행 중인 미국이 먼저 계좌동결 조치 해제라는 당근을 제시할 리가 없고 북한이 조건 없이 회담에 복귀할 가능성도 낮다. 이와 관련,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18일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한다는 확실한 의사를 표현한다면 6자회담 이전이라도 북미 양자회담을 열 수 있다”고 밝혀 이번 실무협의에서 회담 개시 전 BDA 문제 논의 가능 여부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회동을 둘러싼 관련국 주변정세가 좋지않은 편이다. 일단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 제재방안을 두고 한미간 이견차가 뒤늦게 부각되고 있다. 또 일본ㆍ호주의 대북 금융제재 조치 의결ㆍ발표에 이어 미국도 이르면 이달 말 과거 해제했던 대북 제재를 복원하는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가 북한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흐름 속에서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천 본부장은 이런 여건을 감안한 듯 출국에 앞서 힐 차관보와의 회동에 대해 “마음이 가볍지는 않다”면서도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