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연말 실적관리 초비상
고유가…환율하락…경기침체…북핵까지올 목표 하향조정·휴일특근·경비 절감등 특단책 총동원
이규진
기자 sky@sed.co.kr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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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해외로 총출동 판매 독려
“연일 비상입니다. 장기 파업 후유증 등으로 최근 올해 매출목표를 낮춰놓았는데 연말이 다가올수록 이 목표마저 달성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의 A임원은 요즘 하루도 빠짐없이 서너 곳의 영업지점을 방문해 자동차 판매를 독려한다. 그가 지점 순회를 끝낼 때는 퇴근 무렵이지만 집으로 향하지 못한 채 곧바로 회사로 복귀, 당일 실적과 시장ㆍ경쟁사 동향 보고서를 챙긴다. 지난주부터 거의 매일 야근하는 게 일과가 됐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고유가와 환율 하락, 경기침체, 노조 파업 등 대내외적 환경악화에다 예상치 못한 북핵 사태 등 각종 악재가 불거지면서 대기업들의 연말 실적관리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연초에 수립했던 올해 실적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아예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으며, 아직 목표를 고수하고 있는 상당수 기업들은 휴일특근, 경상비용 절감 등을 총동원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노조 파업의 여파로 올해 판매목표를 390만대로 낮춘 현대차그룹은 10월 한달간 4회 이상이나 휴일특근을 했다. 특히 베르나와 클릭을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은 10월 중 단 하루만 주말휴일을 사용했을 뿐 토ㆍ일요일 가운데 7일을 모두 출근하는 비상체제로 가동되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올 실적의 관건인 수출목표 달성을 위해 공장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며 “내수에서도 베라크루즈 등 고가의 신차를 통해 판매단가 인상 효과를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등으로 수익성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정도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의 기업에서 포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CEO파워’를 통해 연말까지 경영목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
최근 윤종용 부회장을 필두로 이기태 사장(정보통신), 최지성 사장(디지털미디어) 등 삼성전자의 내로라 하는 CEO 모두가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주요 시장을 순회하며 연말 실적관리에 총동원됐다. 이들은 현지 시장상황을 세밀하게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고 북핵 사태 등의 파장을 우려하는 빅바이어들과 만나 직접 설명하는 열성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렸던 정유사들도 올해 실적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등은 하반기 들어 정제마진이 나빠지면서 올해 실적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부서별 경비지출을 일률적으로 삭감하고 판촉을 강화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한진그룹은 유가 강세로 올 매출목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오는 11월 말까지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비상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반면 올해 대규모 수주로 연말 실적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 등 일부 업종들은 지속적인 원가절감과 고부가가치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 등을 통해 ‘수익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입력시간 : 2006/10/31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