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차 노조발 산별노조 '태풍' 불까

노조도 반대 여론 많아 성사 여부 '불투명'<br>산별노조 전환시 노사정 대립 격화 우려

민주노총 산하 핵심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등이 개별 사업장의 노조를 하나로 묶는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최종 결과에 노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은 10% 대로 추락한 노조 조직률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복수노조제 시행 등으로 인해 현재의 기업별 노조구도로는 더이상 투쟁동력을 모을 수 없다며 산별노조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은 산별노조 구축이 성사되면 노동자들의 결집력을 높일 수 있고 공동교섭과 공동행동 등을 통해 사용자와 정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산별노조가 우리나라 노사 풍토에는 적합치 않다는 의견이 많은 데다 대기업 노조 등 노동계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현대차 노조 등의 산별전환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 산별노조의 개념 = 산별노조란 동일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를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조직 한 것으로 사업장 단위로 설립되는 기업별 노조와는 달리 동일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하나로 묶는 노동조합이다. 사업장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동일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산별노조에 가입할 수 있어 비정규직과 중소 사업장 노동자도 공동교섭 등을 통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또 산별노조는 단체교섭과 파업 등의 단체행동이 모두 중앙의 책임과 지침에 따라 이뤄져 기업별노조보다 강력한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 주요 산별노조로는 민주노총 산하의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산하의 금융노조 등이 있다. ◇ `교섭ㆍ투쟁력 강화' 산별전환 추진 = 현대차 노조 등이 산별노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기업별 노조 체제하에서는 더이상 투쟁력을 응집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지난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만 해도 20%를 웃돌았으나 관행적인 파업과 노동계내의 비리 사건 등으로 일반 국민이 노동운동에 등을 돌리면서 지난해에는 10.6%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10%대로 추락했다. 또 내년부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되고 복수노조제 등이 시행되면 현재의 단위노조 체제로는 제대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산별전환 추진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가 이미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산별노조 전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노동계가 주요 사회 세력의 하나로 거듭날 수 있다고 노동계는 기대하고 있다. 다시말해 노동계의 산별전환 추진은 여러 개의 노조를 단일노조의 깃발 아래 통합함으로써 공동교섭과 공동행동을 통해 교섭력을 강화하고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해강력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목표 아래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 산별노조 `藥'인가 `毒'인가 = 산별노조가 우리 사회에 약이 될지 아니면 독이될지는 딱 부러지게 규정하기 쉽지 않지만 노조의 정치적 성향이 강한 우리 노동계 풍토에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사회 양극화로 인해 소외받고 있는 비정규직과 중소기업노동자들도 공동교섭을 통해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또 거대 대기업 노조의 권력독점 등을 막을 수 있고 노사 쟁점에 대한 일괄타결등의 장점도 있다. 그러나 노조의 정치적, 전투적 성향이 강한 우리 사회 풍토하에서는 산별노조의 장점보다는 그 폐해가 더 심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경영계의 경우 기업별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강화된 교섭력을 토대로 사용자를 무리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경제외적 사안들에 대해서도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파업 등을 남발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노사분규 현황을 들여다보면 경영계 등의 이런 우려를 실감할 수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287건의 노사분규 중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111건을차지해 전체의 38%를 차지했고 보건의료노조까지 합칠 경우 거의 절반에 육박해 산별노조가 노사분규의 핵심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와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조의 임금 격차가 벌어질대로 벌어진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 속에서는 공동교섭을 벌이는 산별노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 현대차노조 산별전환 성사 `열쇠' = 노동계의 산별노조 전환 성사 여부는 30일 발표되는 현대차노조의 산별전환 찬반투표 결과에 달려있다는 것이 노동계 안팎의 중론이다. 단일노조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차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하게 되면 다른 대기업노조는 물론 중소 노조들도 잇따라 산별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대차노조가 산별전환에 실패할 경우 노동계의 산별전환 움직임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현대차노조의 산별전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기득권 상실 등을우려한 노조 내부의 반대 정서가 만만치 않아 산별전환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나온다. 현대차노조는 2003년에도 산별전환을 시도했지만 62.05%의 찬성표를 얻는데 그쳐 산별전환에 실패한 바 있다. 산별전환을 위해서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받아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