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형펀드 시장에서 브릭스(BRICs) 관련 펀드에도 다시 볕 들 날이 오는 것인가.
증시가 연일 치솟고 있는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그동안 경제성장 부진으로 외면당했던 브라질과 러시아 펀드도 최근 양호한 수익을 내고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브릭스 국가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들의 수익률이 지난달 들어 일제히 플러스로 돌아섰다.
특히 경제성장 부진과 국내외 불안요소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브라질과 러시아 펀드의 성과가 개선된 점이 눈길을 끈다. 브라질 펀드는 지난달 29일 4월 초 대비 평균 12.91%, 러시아펀드는 같은 기간 11.34%의 수익률을 올렸다. 브라질 펀드 중에서는 '산은삼바브라질자[주식]A'펀드가 최근 한 달 15.17%의 수익률을 올렸고 다른 펀드들도 10~15%의 수익률을 고르게 냈다. 러시아 펀드 가운데는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자 1(주식)종류A' 펀드가 최근 한 달 15.94%의 수익률로 가장 앞서나갔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과 인도 펀드의 열기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펀드는 4월 한 달간 2,056억원의 자금이 유입됐고 4월 초 대비 평균 수익률은 해외주식형 펀드 중 최고인 14.42%를 기록했다. 인도 펀드는 신규 설정 펀드가 늘어나면서 지난 3월 180억원이 유입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49억원이 몰려 식지 않은 인기를 보여줬다. 다만 수익률은 4월 초 대비 평균 -7.62%로 주저앉아 최근 수익률은 좋지 않다.
브릭스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다시 조명받는 것은 각국 증시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보베스파(BOVESPA) 지수는 4월 한 달 동안에만 9.11% 상승해 올 들어 총 12.44% 상승했다. 달러화로 거래되는 러시아 RTS 지수는 올 들어 무려 30.33%나 올랐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 대비 38.57% 상승했다.
황영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은 유럽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증시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러시아는 높은 외환보유액 대비 낮은 외채 비중, 지난해에 급락한 루블화 가치의 가파른 회복이 투자 매력을 높였다"며 "러시아가 루블화 폭락 사태로 기준금리가 상당히 높은 만큼 금리 인하 여력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는 최근 부진한 경제지표 탓에 단기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금리·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 기조가 확고하다는 점이 여전히 매력적이다. 인도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5%로 제시할 정도로 고성장이 예상된다. 인도는 대표적인 원자재 수입국으로 저유가의 가장 큰 수혜 국가로 꼽혀왔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 정권에 힘이 실리면서 경제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클 뿐만 아니라 8%에 달했던 물가상승률이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 취임 후 5%대로 낮아지는 등 정부발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브릭스 펀드에 새로 투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브라질의 경우 증시가 오르고 헤알화 가치가 안정되고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이 회복됐기 때문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올 1·4분기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극심한 가뭄의 영향으로 0.3%에 불과하다. 게다가 8%대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필수적이어서 헤알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 김지훈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 연구위원은 "올 연말까지 브라질 정부가 재정개혁을 얼마나 달성하느냐가 앞으로 경제상황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는 아직 국제유가가 생각만큼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유가가 오르고는 있지만 시장에서 적정 유가로 보는 배럴당 70달러선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 인도의 경우 주가는 많이 올랐지만 기업들의 실적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점이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