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14일 마침내 시장의 기대치와는동떨어진 1.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이미 지난달 초부터 삼성전자의 실적 기대치를 꾸준히 낮춰잡은 데다 삼성전자가 부진한 실적에 대한 주주들의 실망을 고려한 듯, 이날 1조6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동시에 발표함으로써 시장의 충격을 기대로 돌려놓는 모습이다.
◆ 낮춰잡은 기준에도 미달 = 삼성전자가 이날 내놓은 1.4분기 영업이익 규모는1조6천140억원을 기록, 작년 동기 대비 24.9% 감소율을 보였다.
연초부터 지속된 낸드 플래시 등 반도체가의 약세, 양적 팽창과 달리 판가하락에 시달린 LCD, 그리고 원화강세 등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악화는 예견된 것이기는 했지만 이날 발표된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에 미달하는 것이다.
분기 영업이익 2조원 미달 관측이 제기되기 시작했던 3월 초순 이래로 애널리스트들이 연이어 전망치를 내려 잡기는 했지만 이것도 대체로 1조7천억원대였고 국내증권사 가운데는 미래에셋증권이 1조6천360억원의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해 실제치에 근사했다.
그러나 이날 실적에 대한 실망은 실적발표와 동시에 이뤄진 자사주 매입이 진정제로 작용하면서 시장의 충격을 흡수했다.
실적발표 시점인 오전 10시에 가까워져 오면서 개장 초반 강.약보합권을 오가던삼성전자의 주가는 일순간 66만원선을 돌파한 데 이어 오전 10시50분 현재 전날보다1.88% 오른 6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CJ투자증권 이민희 애널리스트는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인 1조7천억원을 밑도는 수준으로 나와 어느 정도의 충격은 있겠으나 다만 자사주 매입 발표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실적에 대한 기대수위 자체가 상당수준 낮아져 더 이상의 큰 폭 되밀림은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현대증권 김장열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실적이 악화한 것은 낸드 플래시와 LCD가격하락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미 상반기 실적악화를 반영하고 있어하락위험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 2분기 더 악화.."하반기 과도 기대 금물" 지적도 = 1.4분기에 이어 정보기술(IT) 제품 비수기인 2.4분기는 전통적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약세를 보이는 시기다.
이는 1.4분기뿐 아니라 상반기 전체 실적에 대해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대증권 김장열 애널리스트는 "1.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한 것은 낸드플래시와 LCD의 가격하락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2.4분기에는 더 나빠져 영업이익이 1조4천억원대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구나 현재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반전을 기대해 볼만 하다는 관측과 과도한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맞서고 있어 불확실성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한화증권 안성호 애널리스트는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것은 삼성전자가 2.4분기에 실적 저점을 형성한 뒤 3.4분기에 괜찮아질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시장에 신호를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영업이익률 측면에서도 1.4분기가 바닥이라는 인식을 회사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증권 배승철 애널리스트는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시장의 기대치보다는 완만할 전망이며 하반기 실적을기대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삼성전자의 추가하락을 염두에 둔 듯, 60만원선을 매수시점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실적 및 주가전망을 위해서는 삼성전자측이 제시할 반도체, LCD 등 각 분야에 대한 향후 전망과 더불어 2.4분기 이후 실적전망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 변동 등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있다.
현대증권 김 애널리스트는 "주가 측면에서 보면 1.4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로 1차 변곡점을 지났고, 다음주 인텔과 애플, 하이닉스 등 경쟁업체들의 낸드플래시에대한 전망 발표가 2차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애널리스트도 "1.4분기 실적보다는 2.4분기 이후의 회복여부, 특히 2.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어떻게 형성될지에 관심이 집중될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