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쪼들리는 가계


절반은 한국산. 미국과 캐나다에서 팔리는 휴대폰의 53%가 메이드 인 코리아다. 한국산 휴대폰은 왜 강할까. 탄탄한 내수시장 덕이다. 고가 최신제품 선호도가 높기에 한국은 1억명 이상의 휴대폰 내수시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탄탄한 수요를 믿고 마음 놓고 신제품 개발에 나설 수 있으니 품질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휴대폰 하나만 빼고는 내수기반이 형편없다는 사실이다.


△내수시장은 소득이 늘어야 클 수 있다. 국민소득이 연 2만달러를 넘어선지 한참 됐지만 연소득이 1억원에 이르는 5인 가족은 극히 드물다. 소득의 62.3%만 가계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에는 이 비중이 68.7%였으나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늘어난 소득을 누가 가져갔을까. 기업이다. 국민소득에서 기업 비중은 16.5%에서 23.3%로 높아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일 내놓은 '민간소비 수준에 대한 평가'보고서도 '가계소득이 늘어야 경제가 산다'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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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발렌베리 그룹은 6대째 상속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가문의 후계자가 되려면 해군장교로 복무해야 하고 학비도 대학까지만 대준다. 고율의 법인세를 피해 인접국가로 본사를 옮기자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 발렌베리 가문은 한 마디로 잘랐다. '조국에 세금을 내지 않는 기업은 존속할 가치가 없다.' 국내 재벌그룹이 10여년 전 발렌베리 그룹을 벤치마킹한다고 나섰지만 상속의 비결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그 뒤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교역조건이 나아지며 정부소득과 기업소득도 늘어났으나 가계소득만 제자리다.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급여를 올려주기 힘든 상황이라면 소득수준이라도 높아져야 하는데, 즉 물가가 낮아야 하는데 구조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사교육비와 주택가격 탓이다. 결국 가계는 계속 쪼그라들고 경제도 활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법은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려 국민 경제로부터 받은 혜택을 자율적으로 나누는 수밖에 없다. 1980년 3월22일자 서울경제신문 1면 머리에는 이런 제목이 올랐다. '총대출의 80%가 정책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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