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불법 로비 교과서 출판사 검정 취소해야

올해 고교 한국사 교과서 시장에 처음 뛰어든 한 출판사가 채택률 상위 2개 출판사를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냈다. 출판사와 총판이 일선학교에 채택 대가로 수백만원의 금품과 회식비를 제공하거나 교사용 지도서, 학습 보조자료가 담긴 CD를 무료 배포하는 등 불법영업을 했다는 이유다. 사실이라면 참혹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같이 교육부의 '검인정 교과서 선정 매뉴얼'에서 금지하는 행위이거니와 반교육적이기도 하다.


불행하게도 교과서 채택을 둘러싼 부조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출판사들이 불법영업과 가격담합으로 고발되거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는 일도 종종 있었다. 예상 발행부수를 축소해 원가를 부풀려 폭리를 취하다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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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한 교과서 시장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은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검인정 취소 등 강력한 제재로 부조리를 뿌리 뽑아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90여개 교과서 출판사가 참여한 사단법인 한국검인정교과서에 대한 관리감독도 부실했다. 퇴직관료들이 줄줄이 이사장으로 옮겨가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도 없지 않다. 협회는 비리 출판사를 홈페이지에 올려 교과서를 채택할 때 참고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자율정화 기능조차 하지 못했다. 교과서 값을 올해 73% 올리려다 교육부가 가격인하를 권고하자 발행·공급 중단으로 맞대응하는 이익단체 역할에만 치중했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장사치 출판사에 교육현장이 오염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만큼은 내용과 교사의 안목, 출판사 간 공정경쟁에 따라 선택돼야 한다. 불법영업에 동원된 자금은 교과서 제작비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깐깐한 가격검증과 강력한 제재만이 혼탁한 교과서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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