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무욕의 일본 사토리 세대 정말 행복한가

■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민음사 펴냄


"같은 사람이고 싶다."(드라마 '미생' 제14국 중) 주인공 장그래는 대기업의 '낙하산' 계약직. 검정고시 고졸 출신에 업무 관련 자격증도, 흔한 영어시험 성적도 없는 사회 초년병이다. 그저 바둑 만을 목표로 살아온 이 인생은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자격조차 없다. 몇 번의 큰 성과에 기여하고 업무적으로도 인정받지만 결국 회사는 그를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는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 연구원이자 도쿄대 박사과정인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그것이 기성 세대의 논리라고 지적한다. 기성세대가 거쳐온 방식으로 지금의 사회구조를 이루고, 이제 기득권층으로서 그 구조 밖에 있는 '젊은이'를 내치는 것이다. 심지어 저출산과 고령화, 청년실업, 거액의 재정 적자, 방사능이 유출된 원자력 발전소 같은 미래의 부담까지 떠넘기면서도, 좀처럼 젊은 층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기성세대는 젊은층을 '편리한 협력자'로 입맛에 맞게 규정하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해왔다. 근대화 초기에는 국가발전의 역군으로, 세계대전과 경제 고도성장기에는 병력과 노동력으로서,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자로서의 '젊은이론'을 강조했다. 요즘 젊은이는 버릇이 없다든가, 패기가 부족하다, 끈기가 없다는 건 다 이런 기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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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말인 '사토리 세대'(득도세대)에도 비판적이다. 올해 일본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78%가 '지금 나는 행복하다'고 답변했다.

저자는 젊은이들의 이렇듯 행복한, 그래서 부조리에 저항하지 않는 사회가 정말 '행복한 사회'냐고 되묻는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는 인간은 현실 수준에서 행복과 만족을 느끼려 애쓴다. 생존을 위해 그들이 선택한 마지막 적응방식인 것이다. 고도성장기나 거품경제 시기에 젊은이들의 '생활만족도'가 낮게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복한 젊은이들'이 일본에 존재하는 이유는 그나마 자신을 사회적 관계 내의 '피해자'로서 볼 줄 알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책 머리 해제를 통해 오히려 일본이 부럽다고 말한다. 아직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논리에 갇혀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는, 역설적으로 '행복'하지 않다는 얘기다. 1만9,5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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