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29일] 포스코 가격 통보 유감

포스코는 올해부터 분기 단위의 가격조정 정책을 시행하면서 새 가격을 매 분기가 시작되기 약 열흘 전에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 분기까지만 해도 그렇게 했지만 4ㆍ4분기를 앞둔 이번에는 달랐다.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4ㆍ4분기 가격을 밝힌 게 아니라 주요 고객사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공문을 보내는 식으로 가격을 고지했다. 무엇 때문에 얼마 전 정한 방침을 스스로 깨고 4ㆍ4분기 가격을 거래처에 따로 알려야만 했을까.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이번 가격에 대한 수요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스러운 나머지 이 같은 방식을 취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4ㆍ4분기는 3ㆍ4분기보다 철광석ㆍ석탄 등 원료값이 약 10% 정도 인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왜 제품 가격을 한 푼도 내리지 않느냐는 여론이 두려워 쉬쉬하며 가격을 통보했다는 얘기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포스코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회사다. 포스코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포스코의 가격조정은 국내외 산업계의 뉴스가 된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에는 수많은 국내외 투자자가 투자하고 있다. 제품가격은 곧 수익률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국내외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다. 왜 내리지 않느냐는 정부의 압력, 수요업계의 볼멘소리보다 더 두려워해야 할 것이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서의 신뢰성과 일관성이다. 포스코가 4ㆍ4분기 제품가격을 내리지 않기로 한 것은 나름의 타당성을 갖고 있다. 3ㆍ4분기 원료 가격이 전 분기 대비 26%나 올랐지만 포스코는 제품 가격을 6% 선만을 인상하고 나머지는 내부적으로 끌어안았다. 때문에 4ㆍ4분기 원료값이 다소 내렸지만 섣불리 제품가격을 내리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수요산업의 요구와 포스코의 수익성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의 의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을 간과한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격을 올리든 내리든 정정당당하게 제 시간에 발표하는 게 세계적인 기업다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정준양 회장의 경영철학은 '소통'과 '신뢰' 두 마디로 종합할 수 있다. 이번 문제는 바로 그 '소통'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은 케이스라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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