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여간 3조3,4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전통시장 육성사업 중 상당수가 엉터리로 집행되거나 다른 용도로 전용됐다고 한다. 중소기업청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제출한 전통시장 지원내역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에 따르면 중기청은 200여대를 댈 수 있는 주차타워가 있는 한 시장상인회와 지자체가 지상 공용주차장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하자 70억여원을 덜컥 내줬다. 화장실 설치비용을 2배가량 뻥튀기해 신청해도, 주차장 부지를 고가에 매입해도 걸러내지 못했다. 감사원도 특정감사 한번 안 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전통시장 육성 명목으로 집행된 3조여원 가운데 제대로 쓰인 게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지자체와 상인들 사이에 "정부의 눈먼 돈을 못 쓰면 바보"라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사업을 총괄 기획하고 국비를 교부하는 중기청이 타당성과 우선순위를 꼼꼼히 따지지 않는 등 사전·사후 관리체계가 허술한 탓이 크다. 주력인 시설현대화 사업이 전기·가스 등 안전 관련 시설이나 주차장·화장실 등 상인들이 전혀 부담하지 않는 시설에 집중된 것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상인들의 참여 없이 일방적·퍼주기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적잖다. 이러니 성과가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전통시장 전체 매출이 사업 시작 전인 2001년 40조원에서 지난해 20조7,000억원으로 거의 반 토막 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 탓만 하고 규제하려 들 게 아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전면적인 감사를 실시해 환부를 도려내고 지자체의 준비정도와 추진역량, 상인들의 자부담 등과 연계해 사업체계를 재조정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지자체와 상인회에는 향후 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주고 관련법령 개정 등을 통해 관련자를 처벌해야 할 것이다. 사업비 환수 및 예산전용 차단장치도 도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