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들이 연금저축계좌 이전 간소화 제도 시행의 수혜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 전반적으로는 계좌이전 실적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일부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연금저축계좌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 장기 투자를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연금저축의 특성상 중소형 증권사들보다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형사들로 자금이 서서히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KDB대우증권(006800)의 연금저축계좌 수는 지난달 24일에 비해 3,194건(신규+이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005940)(3,108건)과 한국투자증권(2,023건)의 계좌 수도 증가했다. 이들 3사의 연금저축계좌 잔액도 같은 기간 1,017억원 늘어나 이달 연금펀드 순유입액의 83.3%를 차지했다.
반면 최근 한 달간 대부분의 중소형사들의 계좌 수는 수십 건 늘어나는 데 그치거나 일부 회사는 계좌 수가 줄어든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은행·보험 등 업권 간 경쟁뿐만 아니라 동일 업권 내 이벤트 경쟁까지 겹치면서 증권사끼리 출혈경쟁도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연금저축계좌 이전 간소화 제도 시행 전후로 연금계좌 잔액 변화가 거의 없다"며 "규모가 미미해 계좌 수는 아예 따로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같은 현상은 연금저축의 특성상 투자자들이 대형사를 상대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업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는 대형사에 비해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며 "리테일 영업에 강점을 지닌 대형 증권사들 위주로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사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아직까지는 이러다 할 제도 시행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22일까지 연금저축펀드로 1,221억원이 순유입됐다. 아직 이달이 끝나기까지 약 1주일이 남아 있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지난달 순유입액(1,437억원)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계좌이전이 간소화되면 증권사의 연금계좌는 물론 계좌에 담기는 연금펀드 자산의 증가 속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했던 관측이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계좌를 이전하려면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연금저축신탁·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원금비보장 상품인 금융투자상품으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