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글로벌코리아 우리가 앞당긴다] 농심

신라면 앞세워 한국의 맛 전도사 역할 톡톡<br>최남단 칠레서 히말라야 산맥까지<br>지역·인종 아우르는 대표음식 인기

칠레 푼타아레나스의 신라면집에서 한 고객이 신라면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 농심

농심 관계자들이 신라면 키친카 앞에서 신라면 제품을 들고 서 있다. / 사진제공 = 농심


농심은 대표 히트상품 '신라면'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맛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외국 여행 중이나 체류 중 한국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대표적인 음식이 예전에는 김치였다면 이제는 신라면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게 농심 측의 설명이다.


지난달에는 알프스의 최고봉인 스위스 융프라우(Jungfrau)에서도 '신라면블랙컵'을 맛 볼 수 있게 됐다. 융프라우는 '유럽의 지붕'이라는 별칭을 지닌 유럽의 대표적인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이곳을 찾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신라면블랙컵으로 추위를 녹이고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농심은 지난달 스위스 딜러와 융프라우 정상에 자리잡은 전망대 상점에 신라면블랙컵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해 이달부터 현장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재 융프라우 정상의 매장에서 판매되는 라면은 지난 1999년부터 판매된 신라면컵과 이번에 판매가 시작된 신라면블랙컵이 유일하다.

농심은 지난해 여수엑스포를 비롯해 월드스타로 떠오른 가수 싸이를 모델로 기용한 광고 등을 통해 신라면을 전세계에 홍보한 덕분에 신라면블랙컵의 융프라우 진출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융프라우 정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스위스인 소케(Soche)씨는 "최근 들어 세계 각지에서 융프라우를 찾은 관광객들이 신라면컵과 함께 싸이가 광고했던 신라면블랙컵을 찾는 경우가 늘어 제품을 들여놓았다"고 전했다. 일찍이 융프라우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컵은 융프라우의 최고 별미로 꼽히며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성수기에는 하루 판매량이 약 1,000개에 이르는 인기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라면은 세계 최고봉이 모여 있는 히말라야 산맥에서도 만날 수 있다. 히말라야 산맥으로 둘러싸인 나라인 네팔은 히말라야 산맥을 찾는 전 세계의 등산객들로 연중 붐비는 곳이다. 농심의 신라면컵은 이들 등산객이 산을 오르기 전 배낭에 챙기는 대표적인 간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덕분에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다 만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준비해온 신라면컵을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처음엔 한국, 일본 등산객들이 주로 찾는 제품이었다가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이제는 전세계 등산객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라면의 발자취는 지구 최남단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남미지역의 칠레 남쪽 끝 마젤란 해협에 위치한 인구 12만의 도시 '푼타 아레나스(Punta Arenas)'. 아르헨티나의 우슈아이아와 더불어 지구 최남단 도시이자 남극으로 가는 관문으로 알려진 이곳에 '辛라면'이라는 글자가 쓰여진 간판을 단 라면가게 '신라면집'이 자리잡고 있다. 칠레를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다녀가면서 자연스럽게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면집은 이곳에 정착한 한국인 윤서호씨가 지난 2008년 문을 연 곳으로 남극을 오가는 사람들과 칠레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가장 먼 지역이자 지구 최남단인 칠레에서도 신라면이 유명세를 얻고 있는 것이다.

신라면은 전세계에서 인종과 국가에 관계없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 2011년 4월 농심은 무슬림도 먹을 수 있도록 '할랄(Halal)' 인증을 받은 신라면 제품을 출시했다. 이를 계기로 할랄 신라면은 파키스탄, 요르단, 카타르 등 이슬람국가에도 수출돼 한국의 맛을 전하고 있다. 전 세계인이 먹는 신라면을 만든다는 수출전략의 일환으로 기존에는 지역ㆍ인종에 따라 구분하던 시장을 새롭게 종교에 따라 세분화하기 위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는 게 농심 측의 설명이다.


조인현 농심 국제사업 총괄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신념으로 신라면 수출에 주력해 세계 곳곳에 한국인의 매운 맛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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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종주국 日 사로잡은 매운 맛



파워블로거 초청행사 등 홍보 확대
미니 선호문화 맞춰 미니컵 출시도

농심은 신라면을 앞세워 라면의 종주국인 일본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미소된장, 간장 베이스 위주의 일본라면 시장에서 신라면 특유의 매운맛을 앞세워 일본 소비자들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다.

농심의 일본법인 농심재팬은 매년 4월10일을 '신라면의 날'로 제정하고 현지에서 신라면을 알리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숫자 '4(four)'와 '10(ten)'의 일본식 발음을 합치면 일본어로 맵다는 의미의 단어 '홋토'가 된다는 게 농심 측의 설명이다.

지난 4월10일에는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현지 미디어와 파워블로거, 유통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우마카랏 신(辛)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농심재팬은 신라면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 15종의 레시피 및 신라면 요리를 만드는 조리 설비를 갖춘 자동차인 '신라면 키친카'를 공개했다. 일본인들에게 신라면을 다양한 요리에 활용될 수 있는 생활밀착형 브랜드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신라면 키친카는 4월 한달 동안 동경, 오사카, 나고야 등 주요 도시의 번화가 및 쇼핑몰 등을 돌며 제품 샘플링 및 시식행사 등을 진행했다.

농심이 신라면을 한국에서 '사나이 울리는 매운 맛'이라는 홍보용 문구로 알리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맛있게 맵다'는 의미를 담은 단어 '우마카랏'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날의 행사명은 우마카랏에 신라면을 체험한다는 의미의 '신체험'이라는 단어를 결합한 것으로 일본 소비자들에게도 신라면 특유의 매우면서도 맛있는 체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농심 측의 설명이다.

신라면은 일본에서 매운맛 라면으로 통한다. 농심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매운맛이 보편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신라면은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매우 맵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신라면은 동남아시아나 남미 음식의 매운맛과는 다른 한국 특유의 매운 맛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재팬은 지난 3월 일본 특유의 미니 사이즈 선호 문화와 매운맛에 처음 도전하는 일본 소비자들을 위해 '신라면 미니컵'을 출시했다. 신라면 미니컵은 일본에서 대중적인 식품인 삼각김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크기로 간식 대용을 비롯해 도시락에 함께 이용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처럼 작은 크기의 신라면 제품이 판매되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일본이 유일하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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