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7월 1일] 불완전한 북핵신고

북한이 지난 26일 뒤늦게 핵신고를 하자마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대상 해제를 의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신고는 ‘모든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는 거리가 멀다. 2006년 10월 핵실험을 실시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핵무기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내용도 이번 신고에 빠져 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신고가 플루토늄의 매매 및 해외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유일한 조치라고 정당화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미국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북한이 37㎏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50㎏가량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불시 핵사찰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얼마 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에게 불시 현장조사에 대해 묻자 그는 충분히 시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핵사찰이 제대로 이뤄질지 또는 북측이 이를 수용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앞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냉전상태를 벗어날지도 의문이다. 김 위원장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초청, 북한의 엘리트들에게 공연을 보여준 것 외에는 어떤 개방의 기미도 내비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전까지의 행태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미국이 내주는 것을 받아들인 후 핵 수단으로 다시 미국을 협박하는 것이다. 최소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돼 더 많은 것을 내주기를 기대하며 미국 대선 때까지 시간을 끌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은 또 세계은행 등의 국제기구가 북한에 현금을 공급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화해 기조는 미ㆍ일 동맹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특히 가뜩이나 국내에서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에게 타격을 줄 것이다. 일본 정부는 북측에 일본인 납치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26일 “납치사건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외교적인 진전’을 위해 일본인들의 바람을 저버릴 수도 있다. 이란 등 ‘불량국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우려된다. 무기를 보유하면 그만큼 지렛대도 강력해진다는 교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벼랑 끝 정책을 이용하면 2년도 지나지 않은 핵실험까지 용서 받을 수 있는 ‘외교적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미국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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