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21일 ‘개성접촉’에 앞서 회동장소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접촉장소를 둘러싼 갈등은 이번 남북 당국자 간 접촉의 성격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 16일 남북 당국자 접촉을 제의하면서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중대한 문제를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접촉에서 북측은 협의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통보’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자신들의 관리구역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남측 당국자들을 불러놓고 할 말만 전달하고 말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우리 정부 대표단은 북측의 일방적인 통보만 듣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정부는 당국자가 북한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최소한 협의의 틀은 갖춰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접촉에서 개성공단에 억류된 채 3주째 조사를 받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44)씨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개성공단 현안은 물론 가능하면 남북 대화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화두(話頭)라도 던지겠다는 의도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접촉 진행상황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한 뒤 각각의 상황에 맞게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접촉을 가지겠다는 각본은 북측의 일방적인 전술에 말리지 않고 우리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수순의 첫 카드였던 셈이다.
정부가 개성공단관리위를 고집한 데는 북한 영토 안에 설치된 북한 법인이기는 하지만 문무홍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을 비롯한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남측 기관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우리 대표단이 접촉을 앞두고 연락관 접촉에서 북측이 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접촉 참석자의 명단을 요구하고 의제를 사전 조율하자고 요구한 것은 새 정부 들어 남북 당국자 간 첫 접촉에서 주도권을 내준 채 들러리 역할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치밀한 포석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