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34배 국방예산으로도 북한에 진다는 군

국방부가 논란에 휩쓸렸다. 국정감사 후 브리핑에서 전면전 상황시 승산을 묻는 질문에 정보본부장이 "한미동맹에 기초해 싸우면 월등히 이기지만 미군을 제외하고 남북한이 1 대1로 싸우면 진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귀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아무리 비공개를 전제로 했더라도 군 장성의 입에서 '패배'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다면 문제가 있다. 만약 북한 정권이 이를 체제선전의 수단으로 악용하면 어찌할 셈인가. 이적죄라도 적용해야 하나.

물론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주요 장비의 성능에서 북을 압도한다지만 비대칭 전력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북의 화학무기와 핵전력, 휴전선 인근의 병력배치, 미군이 보유한 감시ㆍ정찰ㆍ정보전력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를 고려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수도권은 적의 선제공격에 취약하다.


그러나 필승을 다짐해야 하는 군의 고위장성이 필패를 거론한 것은 어떤 이유로든 설명이 안 된다. 더욱이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당장 온라인에서는 북한의 44배(답변 실수, 실제로는 34배)에 이른다는 국방예산을 다 어디에 쓰느냐는 힐책성 반문이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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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제에 국방예산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지난 1975년 북한과 역전된 이래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국방예산이 도대체 어떻게 쓰이기에 남북 군사력 격차가 여전하고 심지어 패한다고 말하는지 궁금하다. 우리 군의 인건비 등 경상비 지출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누적된 국방비가 과연 얼마만큼의 전력증강 효과를 내는지 따져봐야 한다.

늘 모자라는 게 예산이라고 군도 예산증액이 절실하겠지만 한국의 국방예산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에 이른다.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도 패배를 입에 담는다면 꼬박꼬박 세금 내고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군은 반성하고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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