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동대문시장·이태원에 '짝퉁' 핸드백이 없네

FTA로 지재권단속 강화하자 짝퉁대신 이미테이션만 그득<br>이메일·개인블로그등 통해 사이버공간 '은밀한 거래' 늘어


“한국인 친구가 동대문 야시장에 가면 루이비통 ‘짝퉁’ 핸드백이 많다고 해서 왔는데 물건이 별로 없네요.” 지난 14일 밤11시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우에하라 료코(27)씨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른바 ‘짝퉁 3인방’으로 불리는 루이비통ㆍ샤넬ㆍ구찌 핸드백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는 중고 명품 노점만 드문드문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짝퉁 명품 노점이 불야성을 이루던 동대문시장과 이태원이 변화하고 있다. 동대문의 경우 1년 전까지만 해도 짝퉁 명품을 파는 노점상이 1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즐비해 속칭 ‘짝퉁거리’로 통했으나 이제 짝퉁 명품을 파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라벨을 떼어내고 디자인만 모방한 이미테이션 상품을 파는 노점들로 대체됐다. 이 같은 변화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미국과 이를 추진 중인 유럽연합(EU)이 강도 높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요구하고 있는데다 정부가 짝퉁 신고자에게 과징금의 10%를 포상금으로 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수시로 짝퉁 단속반이 출현해 영업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서서히 ‘짝퉁천국’이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국산 특A급 짝퉁 명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던 제일평화시장 인근 N쇼핑몰의 사정도 비슷했다. 지하1층과 5층에서 성업하던 30여 개 매장 대부분이 철수하고 지금은 두세 곳 정도가 영업하고 있었다. N쇼핑몰 5층에서 짝퉁 명품을 판매하다 귀금속으로 품목을 바꿨다는 김모씨는 “오늘도 저녁8시에 짝퉁 단속반이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05년 389건이던 짝퉁 단속 실적이 2006년 1,010건으로 2.7배나 늘어났고 적발 금액도 2005년 1,593억 원에서 2조6,700억 원으로 무려 19배나 급증했다. 관세청은 오는 7월24일까지 ‘짝퉁 단속 100일작전’에 돌입한 상태다. 15일 낮 이태원의 거리 역시 심해진 단속 탓인지 관광객도, 호객꾼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시계와 가방 등을 판매하는 짝퉁 매장 상인 김모씨는 “요즘 거의 매일 단속이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짝퉁시장의 소멸은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외국의 지적재산권 강화 요구로 상하이 관광 필수코스에 포함될 정도로 유명했던 짝퉁시장인 ‘샹양(襄陽)시장’을 지난해 6월 말 철거했다. 고동철 동대문외국인구매안내소 소장은 “그동안 동대문 상인들 사이에서 동대문시장을 살리려면 짝퉁을 팔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돼왔다”면서 “이제는 질 좋은 제품으로 승부하는 변화를 추구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대문ㆍ이태원 같은 짝퉁시장이 정부의 단속 강화로 소멸하는 대신 짝퉁 거래가 개인 블로그나 e메일 등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이버 거래를 통한 상표권 위반 사례는 2004년 19건, 35억6,600만 원에서 2005년 69건,144억4,640만원, 지난해 214건, 710억6,400만원으로 매년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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