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나눔'에 길이 있다

문성진 차장<산업부>

“요즘 반기업정서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A그룹의 K임원) 삼성그룹이 연루된 옛 안기부의 ‘X파일’과 두산그룹의 형제간 분쟁 등 메가톤급 악재가 잇달아 터지자 경제계가 크게 당황하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지난해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만 해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을 선처해달라’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입도 벙긋하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안기부 X파일’은 ‘차떼기’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다. 또 공소시효도 지난 일인데다 지금 경제는 지난해보다 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함구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반기업정서가 서릿발 같기 때문이다. 지난해 검찰청까지 찾아가 차떼기 기업의 선처를 호소했던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조차 이번에는 “재벌들이 돈밖에 모른다는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며 재계의 자성만을 촉구했을 뿐 속수무책이다. 이처럼 국민들이 X파일 사태와 두산가 분쟁에 분노하는 이유는 기업가의 탐욕과 정경유착 때문이다. 어찌 보면 기업들의 탐욕과 정경유착, 그로 인한 반기업정서는 자본주의가 지닌 한계일 수도 있다. 오늘날 미국의 위대한 기업가로 꼽히는 앤드루 카네기, 존 록펠러, 존 모건 등은 모두 한때 악덕 기업가의 전형이었다. 이들은 정경유착을 통해 시장을 독점했고 온갖 술수를 동원해 경쟁기업들을 무자비하게 삼켰다. 이에 분노한 미국 국민들은 ‘강도귀족(robber baron)’이라며 이들을 손가락질했다. 그러나 미국의 기업인들은 지혜로웠다. 카네기와 록펠러 등은 거액의 개인재산을 사회에 헌납해 재단을 세워 ‘나눔’을 실천하며 국민들의 분노를 어루만졌다. 이에 비하면 늦었지만 우리 기업들도 나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X파일이 만들어졌던 때의 기업과 지금의 기업은 다르다. 그래도 반기업정서가 들끓고 있다면 아직도 기업의 진심 어린 ‘나눔’이 더 필요함을 뜻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이 윤리경영과 나눔에 더욱 힘쓴다면 오히려 반기업정서를 줄이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반기업정서의 해소 없이는 국민도 기업도 희망찬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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