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부자들이 그쪽으로 가는 까닭은…


돈 흐름을 알기 위해 부자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은 쓸모 있는 일이다. 최근 미국 부자들의 동태가 어쩐지 수상쩍다. 미 주요 시장정보업체들에 따르면 미국 백만장자들이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손을 털 기미를 보이며 슬금슬금 주식 시장쪽을 쳐다보고 있다. 미국 백만장자들은 사는 집을 제외한 순 자산이 100만 달러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온 세상 주식이 거의 다 오르고 있는 데 그중 괜찮았다는 경제 성장세를 보여온 미국의 주식시장만이 게걸음을 해온 지난 2년을 생각하면 ‘돈 길’ 보는 재주가 있을 부자들의 새로운 움직임은 뭔가 변화의 낌새로 추정된다. 그들이 월가를 쳐다보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난 8년간 5조 달러로 추정되는 부(富)를 낳은 부동산 시장이 마침내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 때문일 듯 싶다. 저금리 기조 하에 그동안 부동산외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이들의 돈이 미 증시로 몰려간다면 백만장자들의 개인 주식 투자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점을 감안 터라도 그 시사하는 바를 무시할 수 없다. 달러계 자금이 미국을 빠져 나와 이머징 마켓으로 향하는 상황 속에서 미 국내에서 새로 일고 있는 중요한 자금 흐름 동향으로서의 의미 때문이다. 버블 붕괴가 우려되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깊게 관련돼 있다는 점 또한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국제자금 흐름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미국 부동산 시장의 폭락 가능성과 함께 최근 일본과 중국의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을 연계시켜보는 것도 분석의 한 방편이다. 단기금리 인상에도 불구 미 장기 채권금리가 오르지 않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고개를 갸우뚱한 이상 현상을 중국과 일본의 중앙은행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부동산 호황이 미국 경제를 떠받히고 이것이 다시 중국과 일본 경제를 부양하는 상황으로 인해 양국 중앙은행이 장기 채권 시장에서 직접 행동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그런 중국 인민은행이 최근 대미 통화정책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은 향후 국제자금 흐름의 큰 변수다. 얼마 전 중국이 페그제를 폐지했을 때 미국의 장기 금리는 급등했다. 인민은행이 미국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효과가 있는 미국의 장기 정부채권매입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한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 은행이 인민 은행의 이런 조치를 상쇄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장기 금리는 마침내 상승, 미국 주택가격 거품 붕괴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도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이런 저런 상황을 볼 때 최근 이머징 마켓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세가 어쩐지 불안 불안해 보인다. 실제 지난 2003년~2004년 중 영국 일본 독일 등 선진권 주가는 50% 내외의 상승세를 보인 반면 러시아 브라질 인도는 130%, 인도네시아는 무려 180%의 급등세를 보였고 이 같은 추세는 올 들어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장미빛 전망이 난무하는 당장 우리 증시부터가 우선 걱정이다. 올들어 이미 세계 최고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지난 8.31 부동산 대책 이후 뭉치 돈들이 마구 증시로 밀려드는 양상이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어느 국가보다도 외국인 비중이 큰 우리로서는 비달러계 자금의 안전 자산 선호 경향이 별로 즐거울 게 없다. 그렇다고 이머징 마켓 투자 비중을 높이는 미국계 자금이 마냥 반갑지 만도 않다. 미국 부자들이 주식 시장으로 몰려갈 조짐을 보이는 것처럼 미국 증시의 갑작스런 상승 반전으로 인한 자금의 미국시장으로의 급격한 유턴 가능성은 바로 우리 증시를 큰 혼돈 상황으로 몰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부자들이 동쪽(월가)으로 가는 까닭은? 국제 금융시장을 읽을 때 소소해서 무시해도 되는 흐름이란 없다. 글로벌 자금 동향에 정부와 업계가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함은 지금 국제 자금 시장의 돌아가는 형국이 그만큼 불안정한 연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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