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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 2연패 노리던 '도마의 신' … 부상 덫에 '낯선 2위'

양학선 오른쪽 햄스트링 다쳐 홍콩 섹와이훙에 금메달 내줘

25일 기계체조 도마 결승전에서 연기를 마친 양학선이 점수를 확인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마의 신'도 아시안게임 2연패는 달성에는 실패했다. 양학선(22·한국체대)은 2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끝난 대회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도 평균 15.200점을 받아 섹와이훙(15.216점·홍콩)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니어 첫 메이저 국제대회였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후 양학선이 다른 색깔의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유력한 경쟁자였던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리세광(29·북한)은 1차 시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끝에 14.799점을 얻는 데 그쳐 4위로 처졌다.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도마 금메달을 획득한 양학선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도마 2연패를 노렸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경기 직전까지 그를 괴롭힌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 때문이다.

양학선이 도마에서 세계 정상으로 군림한 것은 도움닫기 때의 스피드와 도약할 때 몸을 띄워올리는 힘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힘찬 비약을 뒷받침할 허벅지 상태에 말썽이 생겼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도 완치까지 몇 주가 걸린다는 햄스트링 부상이었다


양학선은 지난 19일 공식 훈련에서 구름판을 향해 달려가던 중 허벅지 부위에 고통을 호소하며 주저앉는 모습까지 보였다. 양학선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20일 훈련은 통째로 쉬었다. 금메달은 차치하고 대회 출전마저 쉽지 않아 보였다. 아시안게임 직후에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무리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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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양학선은 예상을 깨고 21일 남자 기계체조 단체전 출전을 강행했다. 진통제 주사를 맞고 오른쪽 허벅지에 압박붕대를 감은 양학선은 안마를 제외한 전 종목에 출전해 단체전 은메달을 이끄는 투혼을 발휘했다. 24일 링 결선과 마루운동 결선에도 이를 악물고 뛰었다. 각각 7위에 그치기는 했지만 양학선은 마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2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펼쳐진 대망의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 경기 전 주영삼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체조 관계자들은 양학선이 부상에서 상당히 많이 회복됐다고 전했다. 양학선의 표정도 밝았다. 운까지 따랐다. 양학선은 도마 결선에서 5번째 순서를 배정 받아 3번째로 연기에 나선 리세광의 점수를 확인한 뒤에 난도를 결정할 수 있었다.

양학선은 1차 시도에서 최고난도인 6.4의 '양학선(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비틀기)'을 신청했지만 실제 구사한 기술은 난도 6.0의 '여2(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공중에서 두 바퀴 반 비틀기)'였고 한발이 라인을 벗어나면서 15.000점에 그쳤다.

1위를 달리고 있던 섹와이훙을 꺾기 위해 15.450점 이상이 필요했던 양학선은 승부사답게 최고난도 6.4인 제2의 신기술 '양학선2(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반 비틀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실제 구사기술은 난도 6.0의 '로페즈(도마를 옆으로 짚고 세 바퀴 비틀기)'였다. 완벽하게 착지했기 때문에 높은 점수가 기대됐지만 전광판에는 예상보다 훨씬 낮은 15.400점이 찍혔다.

경기를 마친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 양학선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처음 1등을 한 후 한번도 1등을 놓치지 않았는데…"라며 뒷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허벅지가 아팠지만 마지막까지 시합에 참가해서 다행이다. 2차 시도 때 '양학선2'를 하려고 했는데 몸이 따르지 않았다. 내 의지를 믿었지만 내 몸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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