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정부 카드 수수료 인하 '이중행보'

국세 납부 VAN 수수료, 일반 가맹점보다 20배나 높아

카드 업계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던 정부가 주요 재정 수입원인 국세의 카드 결제에 대해서는 정작 높은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어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국세를 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사들이 금융결제원에 지급하는 밴(VAN) 수수료가 33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카드수수료는 밴(VAN)사의 수수료 등 프로세싱 비용과 비자·마스터카드 등 해외브랜드 수수료, 인건비, 전산비용, 리스크 비용, 가맹점 마케팅 비용 등을 합산해 결정한다. 당연히 밴 수수료가 높게 책정돼 있으면 전체 카드수수료 역시 올라갈 수밖에 없다.

특히 국세 카드납부에 책정돼 있는 밴 수수료 330원은 일반 가맹점보다 최대 20배나 높다.


대다수 중소형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결제 방식인 DDC방식의 경우 밴 수수료가 150원이다. 이에 반해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에서 전자식으로 전표를 관리하는 EDI 방식은 밴 수수료가 중소 가맹점 수수료의 10분의1인 15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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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금융결제원이 최근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해 400원이었던 밴 수수료를 이달부터 330원으로 인하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국세 카드 결제 수수료도 이달부터 1.2%에서 1.0%로 인하했다.

이에 대해 금융결제원은 "세무서에 터치스크린 방식의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시스템 설치 및 운영 비용 등이 밴 수수료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드업체는 유난히 높게 책정된 밴 수수료 때문에 국세 카드 납부와 관련해서 종종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 금결원의 밴 수수료 인하 방침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이유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세 납부의 경우 전국민이 서비스 대상"이라며 "정부가 카드사들에만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모범을 보여 전향적인 수준에서 밴 수수료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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